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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저출생, 정말 백약이 무효한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25일 14시39분

올해 상반기에만 2,000여 건에 달하는 저출생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는 한 언론사의 분석처럼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오늘날 가장 주요한 사회적 화두이다. 우리나라가 수년째 OECD 유일의 0명대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인구 수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현재 27.4명이지만, 40년가량이 막 지난 시점인 2066년에는 100.8명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즉, 현재는 청년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약 40년 뒤에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아동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직업 구조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단편적인 예로 교육계에서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은 줄어들고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재교육 직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쩌면 아동과 관련된 직업 상당수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처럼 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지속과 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주시도 전례 없는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겪고 있다. 전주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평균인 0.72명보다도 낮은 수치를 나타냈고. 2020년 65만 7천여 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63만 8천여 명대로 감소해 64만 선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 인구는 곧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인데 전주시는 계속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출생 대응에 대한 전주시의 대책이 미온적이라는 데에 있다. 최근 3년간 전주시에서 신설 및 확대한 출산·양육지원 정책이 20가지가 넘지만, 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한때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입에 올랐던 말이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에 대해 “백약이 무효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하다고 하기 전에 정말 백약을 써보기는 한 것인지, 오히려 잘 듣지도 않을 약만 투입하지는 않았는지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는 전주시 또한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전주시가 저출생 대응을 위해 무얼 하고 있냐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이유는 실제 전주시가 어떤 지원을 하는지 궁금해서라기보다 전주시가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획기적인 저출생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표출되는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타지역으로 떠나는 시민들은 늘고 있는데도 전주시가 잘 듣지 않는 약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타 지자체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저출생 대응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서울시나 평택시 등은 맞춤형 보육시설을 갖춘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확대하거나 주거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해 주거부담을 줄여주고 있고, 공직사회부터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키기 위해 ‘자동육아휴직제’, ‘육아기 주 4일 출근제’도입에 동참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광주광역시의 중소기업 ‘초등학생 학부모 10시 출근제’와 인천광역시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정책 등이 획기적인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에 비해 전주시는 무엇을 하였는가?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출생 대응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을 전주시는 자각하고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전주시에 맞는 ‘전주형 인구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국이다. 중앙정부는 저출생대웅부처를 신설했다. 또한 지난 9월 10일 ‘대한민국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는 17개 시도지사가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층이 결혼하고 육아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며, 주거와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민간에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6개 주요 경제단체에서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출범식을 개최하는 등 저출생 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중이다. 전주시도 부디 이러한 흐름에 합류해 전주시 저출생을 타개할 ‘잘 들을 약’을 찾기 위해 총력을 다하길 바란다.

/김윤철(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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