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보은하는 고양이, “와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11일 16시40분

내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지리산자락 하늘 아래 마을이다. 노을이 질때면 언제나 나는 마을 어귀에서 불뚝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 노을이 지는 곳을 바라보면서 분명 선녀가 있을꺼라 생각하였다. 지금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나는 선녀를 생각했었다. 구름과 함께 노을이 지는 색짙은 곳을 보면서 선녀가 놀다가 간 바위라고 명명하면서 혼자 신나했던 기억이 있다. 마을엔 차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를 갈때면 언제나 마을 이름이 써진 큰돌 앞에서 모여 고학년인 언니 오빠들과 한시간을 넘게 걸어 학교를 가야만했다. 항상 할머니는 고학년 언니 오빠들에게 나를 잘 데리고 학교 가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가 오다가 하면서 짚풀더미에서 고슴도치처럼 짚풀을 뒤집어 쓰고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가 내 강아지 꼴이 뭐냐고 하시면서 등목욕을 시켜주셨다. 비가 와서 다리가 범람할 것 같으면 항상 할머니는 학교까지 손녀를 업으로 오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할머니 등이 많이 굽으셨는데 죄송한 마음없이 냉큼 할머니 등에 업혀서 편안하게 집에 와서 할머니가 삼촌이나 고모들 몰래 감쳐두신 과자를 꺼내주시면 혼자서 맛있게 먹곤 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친구들과 저수지 가서 목욕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면서 망아지가 되기도 하고 마을회관에서는 장작불에 고구마, 떡국대를 구어먹고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코가 시꺼멓게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어느날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데 공약이 마을에 하루에 3번 버스를 배차해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선거 후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게 됐다. 내가 항상 돌아가고 싶고 삶이 힘들때면 추억하는 유년시절을 함께 한 나의 농촌이다.

뉴스나 기타 메스컴에서 농촌 인구 고령화나 과소화로 인하여 농촌이 소멸되고 있다고 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특히 농촌에 아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한번은 농촌지역 사회봉사 활동을 갔는데 면단위에서 조차도 초등학생을 보질 못했다. 초등학교가 면소재지와 좀 떨어져 있어서 그랬겠지만 정말 행정복지센터 체육관 옆으로 지나가는 초등학생을 한명도 보질 못했다. 정말 농촌 인구의 심각성을 몸소 느껴본 시간들이었다. 지자체에서 귀농 관련 정책을 다변화하면서 한두명씩 다시 농촌으로 귀농하는 분을 농촌지역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서 만났다. 귀농하신 분들의 모습이 미래 나의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 대학에서 나는 간호학을 교육하고 있다. 또 다른 나의 주된 업무는 사회봉사단을 이끌면서 국가 부처에서 기금을 받아 농촌지역으로 사회봉사 활동계획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인분들이 나에게 묻곤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나는 온 마음으로 농촌을 사랑한다. 농촌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나의 가장 행복한 유년시절들... 그리고 현재 나의 모든 것을 만들어 준곳이 농촌이기 때문이다. 농촌어르신을 만나면 굽은 등으로 항상 손녀를 업고 등 · 하교 하셨던 나의 할머님이 생각난다. 지금 내곁에 할머님이 계시진 않지만 농촌어르신이 나의 할머님이라 생각하고 정말 잘해드리고 싶다. 어르신들이 봉사 나가는 우리대학 학생들 손을 잡고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신다. 그분들의 미소와 말씀 한마디가 힘든 나의 농촌지역 사회봉사를 마음으로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게 내가 농촌지역 사회봉사 활동에 나의 진심을 담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누구보다 농촌을 사랑하는 것은 고양이의 보은이다.

/김자옥(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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