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여행지서 식물인간 된 딸, 어머니 법원 증언대서 ‘통곡’

20대 피해자 동창에게 폭행당해 식물인간
피해자 가족 “엄중한 처벌로 원통함 풀어달라”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9월 11일 16시31분

“딸은 깨어나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지내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딸이 ‘엄마’하고 부르며 일어날 것 같은데 아무리 기도해도 딸은 꿈쩍도 하지 않아요”

11일 오전 10시 전주지방법원 증인대에 선 A씨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간신히 삶을 연명하는 딸의 처지를 설명했다.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한 흐느낌은 어느 순간 통곡으로 변했다. A씨는 “행복했던 가정을 가해자가 모두 빼앗아 갔다”며 “엄중한 처벌로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이날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 심리로 B(20)씨에 대한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이 진행됐다. B씨는 지난해 2월 부산 한 숙소에서 함께 여행을 온 중학교 동창 C(20)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B씨는 말싸움을 하던 중 C씨를 밀쳤고 강하게 떠밀려진 C씨는 탁자에 경추를 부딪히면서 식물인간이 됐다. 1년 2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고 현재 기대수명 3~5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사랑하는 딸이 크게 다쳐 돌아온 것에 더해 가해자 태도는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됐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B씨는 1심에서 법정 구속되기까지 1년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억울하다’, ‘1~2년만 살다 나오면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며 “피고인 친구들마저 이러한 태도에 분개해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징역 5년을 구형하자 그제야 피고인은 피해자 부모를 찾아와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며 “구치소에 수감되고 나서야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진지한 반성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지 관심깊이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C씨 아버지 또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절대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고, 가해자가 억만금을 준다 해도 받을 생각이 없다”며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로 딸과 부모의 억울한 고통을 덜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은 피해자 측 변호인 의견에 따라 법리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 혐의를 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또는 상습 특수중상해로 변경해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16일 진행되며 공소장 변경에 대한 검찰 측 의견 진술이 있을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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