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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이번 추석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10일 15시58분

“엄마 에어컨 제발좀 트세요. 제습 기능으로 작동하면 전기세도 얼마 안나와요.”

어느날은 집에 찾아와 제습기능 작동법을 설명하고 늦은밤도 덥다며 에어컨작동 여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덕분에 올 여름은 가까이 사는 딸아이 잔소리가 더위 때문에 심해졌지만 엄마의 안위를 걱정하는 딸아이 마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아이에 잔소리에는 이유가 있다. 평소 여름은 더워야하고, 겨울은 추운것이 정상이라며 왠만 하면 참고사는 엄마 성격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속가능한 소비 운운하면서 전기생산과정과 사용도 기후위기에 영향을 준다며 떠들고 다닌다.

최고급 사양의 에어컨이라고 하여도 생산과 유통 사용과정중 전기 소모가 발생하며, 에어컨 냉매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평소 여름에 대한 신념이 깨지고 있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때 그 열기는 참을수 없을 정도로 열대아 이다.

어쩔수없이 올해는 처음으로 선풍기를 틀고 잠을 잤다. 오지랖 넓게도 잠자리에선 몇백명의 음식을 준비하면서 뿜어내는 열기속에 조리원들의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기사가 떠오르고, 에어컨 설치하는 작업자가 무더위에 쓰러진 포토뉴스를 생각하면서 더위와의 싸움은 이미 생존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는 복잡한 생각에 잠이 설친다.

며칠전 에어컨 자료를 찾다가 국내 에어컨 보유율을 보고 놀랐다. 1993년만 해도 6%에 불과했지만, 역대급 폭염이 닥친 1994년 이후 늘기 시작했고, 1998년 24%, 2001년 36%로 증가하다가 2012년 74%, 2018년에 87%로 늘었고,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보유율이 무려 98%에 달하며 에어컨은 이제 밥솥이나 냉장고 같은 ‘생활필수품’의 지위에 올랐다고 하였다. 에어컨 보유율을 가구당으로 나누니 98%가 된 것 같다. 한집에도 에어컨이 몇 개가 작동되니 선풍기 한 대로 더위를 식히는 취약계층까지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으로 통계가 나올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에어컨의 문제점 또 하나는 ‘더위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사람은 보통 일주일가량 더위를 견디다 보면 땀샘이 활발해져 체온조절이 용이해진다. 이를 더위에 대한 ‘기후순응’이라 부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기후위기에서 기후순응까지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여하튼 담주면 추석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이역시 계절에 대한 순응에서 나온 것이다. 매해마다 우리단체는 추석물가를 조사한다. 이번에도 제수상품을 조사하여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비축된 배추나 무,사과,배 등을 평시 대비 3배이상 공급하고 성수품 역시 17톤을 공급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 모니터 조사자들은 그 많은 시금치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작년사과(5개 기준)의 추석 가격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이다. 특히 작년에는 장마와 냉해 등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탓에 소비자가격도 32.7% 급등했었다. 그러나 이번추석에는 작황 양호로 전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하여 소비자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소비자 선호와 수요가 많은 시금치와 사과의 가격이 안정화되길 바란다. 조사결과 4인가족 재수용품 비용은 전통시장이 230,359원, 동네중소형마트가 263,637원, 대형마트가 265,739원이다.

추석은 멀리 떨어진 친적,가족들이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손잡아주고 등두드려주는 귀한 날들이다. 이번추석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오고가며 아프지말고 머리카락하나 다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추석에 차라리 사과 한알에 2만원 3만원 비싸도 위급한 사람들이 응급실에서 제대로 치료받았으면 한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인들 고향에 내려와 악수만 할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추석이 무언지 당장 해결하시라.

/김보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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