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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양궁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4일 14시35분

짐승이나 적을 제압하려면 힘이 세야 했다. 그렇게 근력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다가 점차 도구를 쓰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돌팔매나 막대기와 같은 자연물을 활용했다. 근거리 공격만 가능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보다 먼 거리에서 적을 타격해야만 안전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투석기와 같은 무기이다.

팔힘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멀리 나가지만 투석기도 한계가 있다. 정확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활이다. 활은 동서양 모두 사용했다. 초기에는 사냥에 쓰이다가 점차 적군을 무찌르는 무기가 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사용된 무기가 바로 활이다. 빼어난 궁사가 있어야 승리할 수 있었다.

군사훈련에서 중요한 과목이 궁술이다. 궁궐 안에서까지 궁술을 겨루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총에 밀려난 활은 놀이나 스포츠가 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의 ‘사습(私習)’은 정식 궁술 경기 전 연습을 일컫는 말이다. 대사습놀이의 주인공이 판소리인 것은 맞지만, 국궁으로 겨루는 궁도도 있다.

활이 국제적인 스포츠가 된 것은 양궁(Archery)이다. 전통 활이 아닌 공학적으로 개량된 현재적 활을 사용한다. 양궁의 종주국은 영국이고, 올림픽 정식 종목은 1972년 문헨대회부터이다. 처음 남, 여 개인에서 1988년 단체전, 2020년에는 혼성까지 확대돼 총 5개로 메달이 늘어났다.

현재까지 우리가 딴 메달은 금 31개, 은10, 동7로 우리 외에 모든 나라가 딴 메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특히 여자단체는 10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쌓았다. 여기에 남자단체 3회, 혼성은 2회 연속 금메달이다. 그렇다고 경기를 쉽게 이기지 못 한다. 아슬아슬한 승부들이다. 각국에 한국 지도자들 나가 평준화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강국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철저한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과 양궁협회의 아낌없는 지원이다. 학연이나 지연은 물론, 이전의 성과까지도 무시하고 오로지 현재의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한다. 그래서 올림픽보다 전국체전 우승이 더 어렵다고 한다. 또 하나는 양궁협회의 아낌없는 지원이다. 이런 성과는 업계로도 이어져 우리나라 양궁 장비의 점유율 역시 세계 1위이다.

중국은 우리를 동이(東夷)라고 불렀다. 동쪽에 사는 큰 활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화사상에 젖어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지만, 우리에게 정말 궁사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그 바탕에 공정하고 체계적인 협회의 행정으로 한국 양궁의 신화가 계속되는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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