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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인공지구, ‘바이오스피어2’와 미생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4일 14시33분

1991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투싼 사막에 인공지구, ‘바이오스피어2’가 만들어졌다. 바이오스피어2는 축구장 2개 정도의 면적에 지구환경을 재현해 놓았는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열대우림과 바다, 사막 등 5종의 자연 생태계에 3,000여 종의 생물 종들을 넣었고 농경지와 거주지도 만들어졌다. 우림 지역에는 아마존에서 가져온 300여 종의 식물이 심어지고 바다에는 카리브해에서 가져온 산호초가 심어지는 등 최대한 지구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바이오스피어2는 외부와의 완벽한 격리를 위해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고 태양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천정은 유리 돔으로 만들었다. 프로젝트 설계와 운영을 위해 건축가, 공학자, 생태학자, 농학자, 회계사, 등산가,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4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으며 남녀 4명씩 8명의 대원이 구조물 안에서 격리된 채 2년간 실제로 생활하였다.

야심 찬 프로젝트였지만 실험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점으로 삐걱거렸다. 먼저, 밀폐 초기부터 토양 내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막대한 양의 산소가 소비되기 시작하였다. 계획대로라면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의 광합성으로 바이오스피어2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전환되고 동물의 호흡으로 이산화탄소가 공급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산소 공급의 차질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이산화탄소 고갈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1년 후에야 이산화탄소 고갈 현상의 원인이 콘크리트 구조물 속 석회 성분에 의한 급속한 이산화탄소 흡수 때문이었음이 밝혀졌지만 이미 상황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후였다. 동물과 식물에 의해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산소-이산화탄소 고리를 포함한 물질 순환 시스템의 붕괴는 결국은 생태계 붕괴를 가져왔다.

바이오스피어2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 식물과 가축만이 아니라 바닷속 산호들까지 죽는 상황이 가속화되었다. 대원들도 산소 부족으로 인한 고산증에 시달리면서 결국은 멘탈 붕괴로까지 이어졌다. 유리 돔으로 인한 채광량 감소는 작물 생육에 영향을 끼쳤으며 병해충 발생도 증가하여 대원들은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렸다. 결국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대원들 사이의 갈등과 파벌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바이오스피어2 내 악화된 환경 개선을 위한 인위적인 외부 공기 주입이나 대원들에 의한 에어락 파손 등으로 실험의 원래 취지가 퇴색된 상황에서 프로젝트는 2년 10개월 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는 인공적인 지구환경 조성이 얼마나 무모한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외계 행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연구의 첫발을 내디딘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미생물 연구자로서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 중 하나인 미생물에 주목한다. 실험 초기 호기성 미생물에 의한 산소 고갈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구 생태계의 일반 환경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밀폐된 환경이기에 미생물의 역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러한 점이 고려되지 않은 지구 내 생태계 재현은 필연적으로 프로젝트의 실패를 불러왔다.

실제로 지구 생태계에서 미생물의 중요성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미생물이 없다면 동식물 사체 등의 분해는 이뤄질 수가 없다.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먹거리나 물질의 생산에 미생물의 역할은 크다. 의약품이나 공산품 생산 등 생물적 요인이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분야에서도 실제로 미생물의 활용도는 크다. 최근 기후변화 문제를 미생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미생물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미생물의 질량은 지구에 사는 생물 총질량의 6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미생물 중 발견된 종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동식물의 생태 연구에 비해 미생물의 생태 연구는 매우 어렵다.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미생물의 역할에 대한 간과는 우리에게 미생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라는 교훈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진우(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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