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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쌀, 판을 바꾸어야 산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23일 16시15분

이중곡가제, 공공비축미 수매제.... 지금까지의 제도를 뜯어보면 한결같이 양적 구조에 기반하여 ‘쌀 문제’를 풀려고 했다. 2004년부터 ‘쌀 수입 개방’을 앞두고 ‘고품질쌀 생산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쌀은 어떤가? ‘양적 운동장’에서 한치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재 벼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정한다. 모양과 색깔, 현미 수율로 등급을 판정한다. 공공비축미 분은 정부가 등급을 정하고, 농협 자체 수매분은 농협마다 자율적으로 등급과 가격을 매긴다. 이러한 수매제도가 견고했던 것은 50여 년에 걸쳐 ‘모난 곳을 깎고 또 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농민들이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등급제, 고품질쌀 정책들.. ‘왜 그랬는지 다 인정한다.’ 그런데 “수매할 때만 등급을 구분하고 수매 후에는 왜 벼를 섞어서 보관하느냐”라고 항변한다. 수매 등급을 정했다면 쌀도 그 등급에 맞게 유통하는 것이 고품질 쌀을 권장하는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거기에 필자도 동감한다. 당국은 산지 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을 뿐이다.

기억할 것이다. 최근 농업계 큰 이슈 중 하나는 ‘쌀 재고 증가’와 ‘신동진 퇴출’이었다. 부연하자면 ‘쌀 재고가 많으니 단보당 570kg 이상 품종, 신동진벼를 퇴출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렇지만 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품종만으로 쌀 재고량을 해석하고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벼 품종이 10년 이상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단연 ‘시비량’이다. 시비량이 많아지면 다수확의 기대치는 높아진다. 문제는 병해충과 쓰러짐이 급증한다.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뿐인가. 투입 비용은 증가한다. 생물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다. 땅심․수질은 더 나빠진다. 농가들은 병해충, 쓰러짐에 약한 품종은 재배하길 꺼린다. 거름을 많이 줘도 ‘맛이 좋은 품종’을 원한다. 그런 품종은 없다. 재고 문제를 ‘품종 퇴출’로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

더욱이 최근 ‘저가미 추세’는 ‘혼합미’ 유통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거름을 많이 주고 재배한 쌀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벼값과 쌀값이 동반 급락 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좋은 쌀’마저 대접받지 못한다. 벼농사의 안고 있는 함정이다. 쌀 시장은 무질서의 연속이다. ‘판매 촉진’을 해도 쌀이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갈수록 파생적 ‘할인가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이 눈더미다. 팔수록 골병이 든다. 이 난리법석을 소비자들만 모른다.

농민이고 농협이고 정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러니 모두를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 적어도 2026년까지 이 판을 바꾸어야 산다. ‘양적 운동장’에서 ‘질적 운동장’으로 다시 꾸려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현재’를 ‘모두가 승자가 되는 미래’로 규칙들을 손질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쌀 차등수매제”를 제안했다. “단백질 함량으로 쌀 수매를 하자.” “그 보조 기능으로 제현율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제현율은 이미 적용하고 있으니 단백질 함량의 기준만 추가하면 된다. 기준에 맞게 등급을 정하고 등급별로 건조․저장․도정을 하여 이에 맞는 유통망을 만들자는 취지이다. 단백질 함량이 6.0% 이하인 벼는 환경장려금을 지원하고 그 재원은 현재 쌀 예산의 절감 분을 정책 전환 비용에 투입, 예산 재구조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그래야 조기에 농민들의 신뢰를 얻고 쌀 시장의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시비량과 생산량, 병해충은 준다. 품종 퇴출 프레임은 소멸된다. 생물 다양성을 얻는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유력한 대안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고미 보관료, 재해복구비 지출이 적어진다. 놀라운 것은 매년 천문학으로 추정되는 ‘갈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쌀’이 과학이 된다. 농농(農農) 간 출혈 경쟁이 줄어든다. 곡창지대의 ‘저가미 원료 생산기지’로 전락을 멈출 수 있다. 하여 이 제안의 입법을 강력히 촉구한다.

/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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