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내 딸 살려내라” 포르쉐 음주사고 피해자 가족 절규

전주 사거리서 시속 159㎞ 음주 질주...1명 사망·1명 중상
첫 재판 공소사실 낭독만 진행, 인정 여부 등 다음 기일서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7월 22일 16시35분

술을 마신 채 사망사고를 낸 50대 피의자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 가족은 고통스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22일 오전 10시 40분께 전주지방법원 4층 법정 앞으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과 함께 튀어나온 “내 딸을 살려내라”는 말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음주사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쓰러지듯 몸을 기울여 통곡했다.

이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첫 공판이 진행됐다. 공판은 불과 20여분만에 끝났는데,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만 진행됐을 뿐 공소사실 인정 등 특별한 사안 등은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장에서 나온 피해자 가족들은 허망함을 참지 못한 채 한동안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또 함께 재판을 방청한 A씨 가족을 향해서도 울분을 쏟아냈다. A씨 가족이 묵묵히 자리를 떠나자 피해자 가족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숙이고 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냐”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0시 45분께 전주 호남제일문 사거리서 술을 마신 채 포르쉐 차량을 운전하다 B(18)씨가 운전하던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가 벌어진 교차로는 점멸 상태였으며 A씨 차량은 좌회전하려던 스파크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제한속도는 50㎞였지만 A씨는 시속 159㎞로 과속했고 사고 직전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은 스파크 차량은 수십 미터를 내동댕이쳐졌고 포르쉐 차량 또한 100m 가량을 더 달린 후 간신히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심정지 상태에 놓인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동승자이자 B씨의 동갑내기 친구도 전치 20주 진단을 받아 현재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0대 운전자가 사망한 비극적 사고는 직후 A씨가 보인 태도가 더해지며 공분의 대상이 됐다. 경찰 초동조치가 부실한 사이 A씨는 음주측정 없이 홀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즉시 퇴원한 그는 병원 앞 편의점에서 맥주 1캔을 마셨고, 음주측정 직전 맥주 1캔을 추가로 들이켰다. 음주운전 의심 사고를 낸 뒤 추가로 술을 더 마셔 사고 당시 정확한 음주 상태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 이른바 ‘술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경찰이 확인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였으나 사고로부터 시간이 지났고 추가로 맥주를 마셨기에 객관적 증거로 사용될 수 없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 0.036%로 기소했다. A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전주지검 관계자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인명 피해를 야기한 음주운전사범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8월 26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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