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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실직, 채무…전북 위기가구 한해 5만명

-실질임금 줄고 최저임금 미달 급증
-공과금 체납이나 단전 단수도 속출

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07월 21일 15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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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 등 사회안전망 중요해

지난해 가을 전주시내 한 빌라에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여성 A씨가 두살배기 아이만 남겨둔 채 홀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앞서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포착돼 일선 공무원이 도움을 주려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행정서류에 건축물 명칭이나 호수 등 세세한 주거정보를 기록할 필요가 없는 다가구 주택에 살다보니 그 거주지가 어딘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적 관심 속에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도 됐다.

A씨처럼 한순간 위기상황에 빠지는 도내 가정이 해마다 5만가구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3년) 도내에서 발굴된 위기가구는 총 22만8,005가구에 달했다. 연평균 약 5만7,000가구 가량씩 쏟아진 셈이다.

이 가운데 실사를 거쳐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복지지원 등과 같은 공적지원, 또는 복지단체와 연계된 민간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전체 38.4%(8만7,564가구)로 추산됐다.

올들어서도 상반기(1~6월)에만도 모두 2만6,161가구가 더 발굴됐다. 이 가운데 31.5%(8,235가구)는 당장 이런저런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례였다.

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지난 2010년 전국적으로 사회보장 정보시스템(행복e음)을 도입해 가동한 후 도드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e음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위기가구를 예측해 관할 지자체에 통보해주는 시스템을 일컫는 말로, 통신료 연체를 비롯해 전기료 체납이나 상수도 단수 등 모두 40여 종의 정보가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즉, 위기가구 발굴 사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팍팍한 주민들이 곳곳에서 많이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로 빈곤, 실직, 채무 등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얽힌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실질임금은 줄어들고 최저임금 미달자는 급증하는 등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지역사회 특수성과도 무관치 않은 대목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북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최저임금 미달자는 무려 23만3,686명, 즉 전체 임금 노동자(64만1,541명) 대비 36.4%에 달했다. 더욱이 이 같은 최저임금 미달자 비중은 약 19%를 보였던 2014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게다가 도내 노동자들은 월급봉투마저 대폭 얇아졌다는 특징도 보였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전북지역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상 임금 총액은 지난해 4월 기준 평균 359만여 원에 그쳐 전국 평균(421만여원)에도 크게 못미쳤다. 특히,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이보다 더 적은 평균 324만여 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1.4%(4만6,000원) 줄어든 것이자, 전국 평균(-0.2%)보다 무려 7배 이상 높은 감소율이다. 그만큼 전북지역 물가 상승률은 가팔랐고 그 충격파 또한 컸다.

자칫 더 많은 위기가구가 쏟아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와관련 지난달 말 본인 스스로, 또는 이웃이 대신해 스마트폰으로 위기가구를 신청할 수 있는 ‘복지위기 알림 앱’ 서비스도 전국적으로 시작했다.

앱은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전주 A씨 등의 사례처럼 제때 도움받지 못해 숨지는 비극을 막자는 취지다.

임을기 복지행정지원관은 “위기가구를 보다 신속히 발굴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제때 지원하려면 주변 이웃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놓인 이웃을 발견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복지위기 알림 앱을 활용해 도움을 요청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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