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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미래]“토막 영상” 시대, 그래도 토막정치는 안된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1일 14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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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덧마루(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토막 영상’, 세칭 숏폼을 소비하는 시대다. 틱톡, 쇼츠, 릴스, 그리고 한국의 ‘네이버 클립’, 셀러비 등이 ‘토막 영상’ 회사이거나 상품이다. 짧게는 15초, 길다면 1분 이내의 영상이다. 짧은 토막 영상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다 아는 이야기다. 마약이나 음란물 수준의 중독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 개의 영상은 짧지만, 여러 개의 짧은 영상을 돌려가며 두드리다 보면 한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유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각이 마비된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마비된다는 것은 일과 사실, 지식과 이치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말하고 있지만 ‘토막 영상’ 상품의 생산과 소비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가리켜 분초사회(分秒社會)로 가는 현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분초사회 역시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토막 영상’ 상품의 장점도 있지만 걱정해야 할 점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거짓된 지식, 가짜 소식을 손쉽게 만들어 전파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품 소비자들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게 마비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뇌경색이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나라가 맥락 없이 돌아가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막 영상’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는 평가와는 반대되는 말이지만, 이것도 장단점이 있다. 그것이 현대국가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7세기 이후 서양의 100년 단위를 10년 단위로 압축성장하는 성과를 거둔 힘이라는 말이다.

그러한 빨리빨리 문화가 ‘토막 영상’의 확산과 상승작용을 이루어 분초사회로 가는 길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토막 영상’이 광고나 오락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학문, 정치와 경제사회의 영역에도 퍼지고 있다. 학문이나 정치와 경제는 전체적인 연관과 맥락을 잡고 진행해야민 한다. 그런데 ‘토막 영상’처럼 만들어 가니 그 맥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은 나라로 떨어진다는 말이다.

현실적인 예를 들어 보자. 청소년들 사이에 탕후루가 유행했다. 그에 따라서 탕후루 가게를 여기저기서 개업했는데, 금방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 탕후루 가게도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개·폐업 간에 경제적 손실이 크다. 탕후루 유행만 보고 ‘토막 영상’ 보는 식으로 개업하니 영업을 지속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도 맥락 없는 활동을 한다. 요즘은 기업가들까지 토막 영상 식으로 정책을 쓰니 걱정된다. 수시로 ‘의제’를 발표하지만, 그때뿐이다. 제기하는 의제와 의제 사이의 맥락도 보이지 않는다. 또 발표한 의제는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발표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반대의 일을 한다.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그 맥락이 없다. 국회도 그렇다. 입법할동이 아니라 성명서만 발표하는 일에 더 익숙하지 않은가? ‘토막 영상’을 닮았다.

저출산, 지방소멸, 국가 안보, 산업구조 개편, 우주 개발, 에너지 문제, 기후 위기와 식량안보, 교육과 과학기술, 지진과 감염병 대책 등등의 과제들이 토막정치로 접근할 문제인가? 주요 국가들이 세계시장의 주도권, 새로운 과학기술과 새로운 문화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다. 주요국들과 토막정치로 경쟁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이 각성해야 한다. 그 순간만 보고 박수치거나 욕하지 말고 맥락을 보는 국민성을 길러야 한다. 정치가, 공무원, 기업가, 학자들은 국민과 미래지향적 맥락을 갖춘 정책을 이끌어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도종 •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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