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역사 인물초상’ 작품 결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7일 08시31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이 23일까지 진창윤 개인전 ‘기억의 침묵’을 갖는다.

열세번째 개인전으로 이 자리를 마련한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역사 인물초상’ 작품을 결산하는 계기로 삼고, 특히 김마리아 열사, 권애라 열사, 남자현 의사 등 그간 주목받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호출한다. 이들의 정태적 동작과 관조적 시선에 집중, 외형적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물감의 두께나 붓질의 속도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다채로운 인물의 초상을 완성했다. 이 초상화 속 인물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몇 마디 말보다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이 추구했던 세상을 전한다.

작가는 미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하에서 전북민족미술인협회에 참여, 민중미술을 시작했다. 미국의 미술 평론가 아서 단토(Arthur Danto, 1924-2013)는 “예술의 종말”을 선언하며 모방적 환영을 창작하는 기존 회화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진창윤 작가는 ‘그리는 것’의 진정성을 탐색하여 답을 찾기를 바랐다. 그 진정성을‘역사와 미술’의 관계에서 모색하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시대에 울림을 주는 예술적 발언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작가에게 그 숙명적 방법론은 바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간 한 인물의 초상이다.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홍범도 장군 등 선인들이 남기고 간 역사의 진실과 숭고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그들의 얼굴을 캔버스 위에 옮겨냈다.

작가는 “사람은 얼굴에 생각을 담는다. 표정으로 말을 건다. 울거나 웃거나 무표정하거나 소리 없는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어쩌면 인간은 말보다 소리 없는 표정으로 더 진한 감정을 나누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침묵 속에 갇힌 기억을 깨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기억 속에 잠든 역사를 깨워 대화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가 물감으로 쓴 새로운 역사서가 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작가는 옥구군 산북리에서 출생.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단체전 ‘민중미술 15년 전’ 이래로 현재까지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민족미술전’(서울시립미술관, 1996)과 ‘아시아의 지금’(아라리오 북경, 2007) 등 200여 회의 국내외 유수 기관 단체전에 출품했다.

최근들어 제24회 전북인물작가회 ‘바라보다 전’에 참여했다. 2020년 전주시가 주관한 ‘전주시예술상’ 미술부문에 입상하며 작업 세계의 독창성을 인정 받았다.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의 회원으로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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