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 한편의시]봄, 밤

문영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6일 13시25분

어둠이 문신처럼 깊어지는

봄, 밤

살구꽃 쏟아지는 비탈길을

뉘엿뉘엿 넘어가는 상여도

공동묘지 앞을 지날 때는 뒤뚱거리고

그 속에 두고 온 고향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서 조각난 햇살을

깁고 있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반딧불이 별빛 물어와 어둠을 수놓는

어디선가 휘파람새 울고 간다

호수 같은 어둠에 잔물결 일렁이고

때로는 절뚝거리는 그림자처럼

좇아와 닫힌 문밖에서 서성이고

신화를 몰고 가는 은하수 골짜기 위로

푸른 샛별이 홀로 푸르고

말똥거리는 기억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뒤척이지만

새벽은 멀기만 합니다

문영 시인은

1997년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장

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 회원

시집 ‘똥파리’, ‘언젠가푸르던 혹성의 비망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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