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발달장애인 가정 죽음 막아달라”

-발달장애인 가정 비극 전국서 잇따라 “남의 일 아냐”
-장애인단체, 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촉구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5월 21일 16시30분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전북 지역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막아달라”며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북지부(지부장 김은진)는 21일 오후 2시 전북특별자치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사회적 참사”라며 “단순한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닌, 발달장애 가족 지원 정책의 부재 속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 3년간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는 24건에 달한다”며 “어머니가 자녀를 살해하고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등 가족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발달장애인 가정 비극은 매년 10여건 이상으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수많은 발달장애인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가정 비극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1월 경남 김해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20년간 돌본 아들을 살해했다. 2월에는 서울에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 둘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일가족 사망 사건을 두고 공분과 추모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7일 청주 한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어머니와 자녀 둘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셋 모두 심한 등급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이들 가족은 누구보다 사회적 개입이 필요했으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무능력으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게 된 사회적 참사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은진 전북지부장은 “단순히 다른 지역의 일이 아니다”며 “전북 또한 발달장애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지역 발달장애인 수는 1만4,000명에 달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더 많은 보조가 필요한데 비해 현장 조건은 열악하다”며 “일반적인 장애인 지원책으로는 생활, 문화 등 혜택을 받기 어렵고, 학업조차도 마음 놓고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단체는 전북도에 전문 지원을 위한 센터 설치를, 정부에 집중 사례관리 사업 실시, 사회적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조사위 구성 등을 촉구했다. 향후 청주 일가족 추모를 위한 49재를 국회 앞에서 시작, 정책이 도입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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