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지방을 살려야 대한민국이 산다”

헌법 1조 개정의 절박한 이유

기사 작성: 새 - 2025년 11월 30일 02시58분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개정 이후 38년 동안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특히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헌법 1조에 지방분권 공화국임을 명시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좁은 수도권에 전체 국민의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대한민국 총인구 5,120만 명 중 수도권 인구는 2,605만 명으로 50.8%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며, 서울 한 도시에만 930만 명이 모여 있다. 인천과 경기도까지 합치면 사실상 한반도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경제력 집중 역시 심각하다. 2023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의 52.4%와 일자리의 58.4%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체 사업체의 49.1%, 대기업 본사의 55.9%가 수도권에 위치하며, 취업자의 51.6%가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다. 신생 창업기업의 56%가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되어 있고, 부의 양극화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약 5억4천만 원으로 지방 평균 3억3천만 원보다 2억 원 이상 많다. 돈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경제적 활력을 점점 잃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헌법은 지방자치에 대한 실질적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두 조문뿐이며, 지방정부의 자치권한과 재정권은 법률에 맡겨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많은 지방정부는 자체 세수로 자립이 불가능하며,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정부는 관내 시설 하나를 짓는 데도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지역 맞춤형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프랑스는 2003년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는 분권화된 공화국임을 명시했다. 이 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 확대와 주민청원권 보장 등으로 이어졌고, 실질적인 자치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 독일은 기본법 제20조에 독일은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연방국가임을 선언하며, 연방과 주의 권한을 명확히 나누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28조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제30조는 국가 사무의 수행은 원칙적으로 주의 권한임을 규정한다. 또한 제104조 A항은 '시킨 사람이 비용도 낸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여 재정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외에도 스페인은 헌법에서 국가는 분리 불가능한 단일국이지만 지역 자치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탈리아 헌법 역시 지방분권 원리를 명시하여 20개 주의 입법·행정 권한을 헌법적으로 보장한다. 일본은 2000년대에 지방분권 일괄법을 통해 중앙정부의 지방 사무 관여를 법적으로 금지하며 실질적 자치 확립을 시도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헌법과 법률로 지방분권의 제도적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역 창의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지방정부는 자율적으로 세입을 확충하고, 지역 맞춤형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분권형 헌법은 지방정부가 책임 있게 재정을 운용하고, 필요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준다. 나아가 중앙 부처 위주의 예산 배분 체계를 지방 수요 중심으로 개편함으로써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지방분권 개헌은 단지 지방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를 살리는 해법이며,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구조 개혁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 맞춰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해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공화국임을 선언해야 한다. 이는 중앙집권 국가운영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 규범이자 미래 비전이다. 1987년 민주화 시대의 헌법이 국민주권과 인권의 기틀을 세웠듯이, 2020년대의 헌법은 지방분권과 사회권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서울공화국이라는 극단적 중앙집중의 굴레를 벗어나,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헌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출생지에서 떠나지 않고도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극화된 번영을 이루는 나라야말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의 개정이다. 이제 정치권은 결단해야 하며,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헌법에 담아야 할 때다. 지방을 살려야 대한민국이 산다./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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