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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처벌법, 대대적 정비 필요

세아베스틸 대표 구속영장 기각
재해예방에 경종을 울리는 수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0일 08시07분

잇따른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진 세아베스틸 대표와 공장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김민석판사는 최근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세아베스틸 김철희 대표이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군산공장장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판사는 피의자가 재해사고 발생 경위 등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일부 범죄사실의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피의자가 단순히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에 성실히 응해온 점, 주거가 일정하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유족들과 이미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노동계는 세아베스틸의 중대재해 발생 이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법원에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했다.

5명이 중상을 입은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폭발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로 전환됐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지난 10일, 사고로 다친 노동자 1명이 6달 이상 치료받아야 한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앞서 진단받은 1명까지 모두 2명이 이 사고로 6달 이상 치료받아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달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등에 적용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시설 소유자인 전주시장이 수사 대상에 오를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말하면 전주시가 해당 시설을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하는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운영은 건설사 등이 해왔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계, 학계, 법조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 혼란을 가중하고, 재해예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엄벌만능주의의 산물로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 원칙과 안전원리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되고 오히려 재해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루빨리 대대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인력과 예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서류 중심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조치로서 안전수칙의 작성·주지(교육)ㆍ준수여부 확인ㆍ미준수 시 인사조치의 단계별 안전수칙 준수관리 노력을 하고, 근로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해야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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