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 한편의 시]연두의 마음을 훔치다

문영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19일 13시53분

벌, 나비들이 꽃구경 떠난 사이

나무들은 열심히 근육을 키우고 머리꼭대기까지

힘차게 물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꽃들이 화려한 향기와 웃음으로

온 세상을 쑤석거릴 때에도

꿋꿋하게 한자리에 머물러 초록의 꿈을 키웠던 것이다

꽃들의 향연에 밀려 외면당하는 시선에도

묵묵히 허공을 넓혀왔던 것이다

둥그렇게 말린 꿈들이 하늘을 향해

허리를 펴는 동안

오랫동안 저장해 두었던 소식들을 깨우며

차례로 여린 잎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울창해지고 싶은 불온한 매력에 이끌려

이 한 철 뜨겁게 사랑을 노래하는

고요한 설렘으로 반짝이는 호숫가 윤슬 속에서도

푸르게 돋는 희망을 본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숲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문득, 고개 돌린 사이

소쩍새 한 마리 바람을 가르며 솟아 오른다

문영 시인은

1997년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장

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 회원

시집 ‘똥파리’, ‘언젠가 푸르던 혹성의 비망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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