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해학 이기의 사상과 문학을 만나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16일 15시56분

'해학 이기의 한시(지은이 이기, 옮긴이 정양.구사회, 펴낸 곳 도서출판 보고사)'는 해학(海鶴) 이기(李沂, 1848~1909)의 한시를 번역했다. 선생은 김제(당시, 만경)에서 태어나 어려서 전통 학문을 익히고 젊어서 실학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근대 학문을 받아들이며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개혁가로 거듭났다. 해학은 문장을 통해 시대에 맞지 않은 제도를 타파하고 개혁을 역설했다. 그는 일제 침략에 맞서 싸우며 투쟁하던 우국지사이자 근대사상가였다.

해학이 남긴 시문은 대부분 없어졌다. 그는 한시도 창작했다.

'새는 서쪽 나라에서 태어나 암컷과 수컷이 늘 함께 따라다녔지요. 묵고 썩은 것은 쪼아먹지 않고, 더러운 연못 물도 마시지 않았어요//흉년을 만났는데 본래 먹을 양식이 모자랐거니, 둘이 날아와서 고을을 넘어 큰 나무의 가지 위에 살았어요. 남의 젖을 먹을 때도 한번 배부르면 아홉 번은 항상 굶주렸지요//암컷이 병들어 드디어 일어나지 못하고 가시덤불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수컷이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와 배회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나가려다 맴돌며 다시 멈추곤 했지요// 이 마음 참으로 슬픕니다. 산은 길고 물 또한 멀리 흘러 다시 만나기는 끝내 어렵겠어요('아내의 죽음-아내가 죽고서 곡을 하며 나 스스로 상처 입다'전문)'

해학의 한시는 '해학유서'에 201수가 전해지고 있었다. 근래에 옮긴이들은 '해학유서'의 저본이었던 '해학유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됏다. 일일이 대조해본 결과 '해학유고'에 100수가 더 수록된 것을 확인했다. 이를 문헌학적으로 검토하여 번역을 시작했다. '해학유고'는 필사본으로 탈각된 글자가 많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많았으나 여러 방법을 통해 검토를 거듭했다.

이 책은 전문연구자보다 일반 독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한시 제목도 새로 붙이고 직역 제목을 붙였다. 번역시는 이물감이 없이 읽도록 각주 처리를 하지 않았고, 내용 이해를 위해 어느 정도 의역이 들어갔다.

정양은 현재 우석대 문창과 명예교수, 구사회는 현재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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