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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노인의 고독은 치유해야 할 병이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3일 14시40분

외로움이 비만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 미국의 비맥 머시(Vivek Murthy)의 말이다. 외로움은 심장병 위험을 30% 증가시키고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운 정도로 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젊은이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노인들이야.

노인의 고독이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연구 논문들이 최근 많이 발표되었다. 이들 연구에서는 노인의 고독과 신체기능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노인의 사회활동이 운동기능 향상에 관련이 있다는 결과에 이어, 노인의 고독이 운동기능 저하율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고독감은 우울을 유발하고 노인자살의 요인이 된다는 사실도 규명하였다. 관련 연구자료에서 고독감을 느낀 노인이 고독감을 느끼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 가능성이 6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노인에게 찾아오는 네 가지 고통을 이른바 노인의 사고(四苦)라고 한다. 빈곤(貧苦), 질병(病苦), 무위(無爲苦), 고독(孤獨苦)가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노인의 빈곤은 사회문제이다. 우리나라 노인이 OECD국가 중 가장 빈곤하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전체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의 인구 비율로, 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있는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한 사회에서 소득의 불평등문제가 심화할 경우, 여러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상대적 빈곤율 등 관련 지표를 참고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을 마련한다. 우리나라는 연령대별로 보면 고령층으로 갈수록 상대적 빈곤율이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점과 같은 맥락이다. 2021년 3월 11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전 세계적으로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미국(23.1%), 멕시코(24.7%), 라트비아(39.0%)보다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질병은 우리 모두의 걱정거리이다. 우선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선 한 가지 치매(癡呆)만 살펴보기로 하면, 2023년 치매로 진료받은 환자수는 79만9천명으로 2009년(18만8천명)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증가(연평균 증가율 16%)했다. 진료비는 2조 430억원, 원외처방약제비는 3천199억원에 달한다. 치매환자는 최근 10년간 약 5배 정도로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1명이 넘게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는 최근 10년간 18배로 증가했다. 치매환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56만5천40명으로 남성(23만4천226명)의 2.4배 수준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85세 이상이 22만780명, 80∼84세 20만6천488명, 75∼79세 17만6천324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노인 치매가 이럴진대 여타의 질병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다.

다음으로는 노인의 역할상실과 더불어 무위(無爲)가 문제이다.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통계는 머릿수를 기준으로 취업자를 계산한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몇 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주로 활용하는 ‘전일제 환산(FTE)’ 기준 고용통계를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FTE 취업자 수는 일주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산정한다. 일주일에 20시간을 일하면 전일제 환산 시 0.5명, 60시간 일하면 1.5명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FTE 취업자 수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579만 1000명으로 통계청 발표 공식 취업자 수(651만8000명)보다 72만7000명 적게 나타났다. 통계청 발표 숫자의 약 11.2%가 줄어든 셈이다. 단시간 일하는 것을 일일이 취업자 수로 통계를 내면 계산이 틀린 것이다. 고용통계가 부풀려진 것이다. 그만큼 노인 일자리가 부족하다. 일자리가 부족할 때, 취업에 있어서 가장 불리한 입장에 처하는 분은 노인이다.

노인의 고독, 무엇이 문제인가. 노인의 고독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치매를 유발한다. 고독, 그것은 노인들의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다.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孤獨死) 인원은 총 3,376명으로 하루에 9명 꼴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8.8% 증가하였다. 2024년 현재는 보다 더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노인의 외로움은 병이다. 적극적으로 치유하고 돌봐야 한다. 영국에서는 인구고령화로 노인의 고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장관급 ‘외로움부’를 신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로우(Rowe)와 칸(Kahn)은 성공적인 노화를 다음의 세 가지 주요 행동 특성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첫째, 낮은 질병률 및 질병에 의한 장애 위험이 없을 것, 둘째, 높은 수준의 정신적 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유지할 것, 셋째, 적극적인 현실참여의 태도를 지닐 것 등이다.

이같이 노인의 빈곤, 질병, 무위, 고독, 이 네 가지 과제가 해결되면,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노인의 성공적인 노화(aging)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지금으로써는 요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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