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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제노사이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2일 14시12분

콩고 동부 피그미족에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 이들은 기존 인류의 지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이다. 이를 감지한 미국은 기존 인류를 제노사이드할지 모른다며 사전에 없애려 용병을 파견한다.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노사드(Genocide)란 천부적 혹은 사회적 요소를 들어 특정 집단을 고의적이거나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 또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스어의 인종을 뜻하는 제노스(Genos)와 라틴어의 살해를 뜻하는 캐도(Caedo)의 합성어로 1944년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에서 처음 사용했다. 1948년 국제연합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집단학살을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상 제노사이드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원전 150년 카르타고는 인구 25만명의 거대도시였다. 풍요롭고 찬란한 문화를 가진 카르타고, 그러나 이를 점령한 로마는 17일 동안 철저히 태우고 학살했다. 제2의 하니발이 나올 수 없게 만든 것인데 율리시스 카이사르가 출현하기까지 100년간이나 이 기조를 이어갔다.

카리브 제도의 타이노인들도 절멸했다. 1500년경 콜럼버스가 상륙했을 때 타이노인들은 활과 도끼로 대응했다. 철제 갑옷과 신식 무기를 가진 스페인군을 당해낼 수 없었고, 스페인 군견 마스티프의 공격력도 막강했다. 침략자들의 수탈과 학살, 전염병으로 16세기 말 타이노인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아이티와 쿠바 사람 중 유전적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마지막 몽골제국이라고 불렀던 준가르족도 사라졌다. 준가르의 침략에 고민하던 청의 건융제는 그들을 복속한 후 항복을 받아주지 않고 멸족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천연두까지 돌면서 준가르족 90% 이상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러시아와 카자흐칸국으로 도망쳤다. 1768년 준가르 지역을 새로 개척한 강역(疆域)이라는 의미로 ‘신강’이라고 명명했다. 오늘날 중국의 화약고라고 부르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그렇게 생겨났다.

이후 1923년 지진을 핑개로 조선인을 학살한 일본의 관동대학살, 1937년 중일전쟁으로 난징을 점령한 역시 일본의 난징대학살, 1950년 이후 120만 명이 학살된 중국의 티베트 학살, 2016년부터 벌어진 신장 위그루 자치구의 반중 성향 무슬림 민족을 대상으로 한 강제 불임 및 집간 강간, 통혼 등도 제노이사드에 속한다.

무엇보다 가장 잔혹한 것은 히틀러에 의해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된 홀로코스트일 것이다. 그렇게 당했던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지금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제노사이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당했다. 콜롬비아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추라며 이스라엘에 단교를 선언했다.

협오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협오로 집단을 살해하고, 멸족시키려는 행위와 시도는 역사적 심판은 물론, 당대의 저항을 받게 된다. 미국 대학에서 벌어지는 반 이스라엘 시위 역시 제노사이드에 대한 항의이다. 이런 태도를 계속 견지한다면 이스라엘 역시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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