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신생전북론]근대에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가능한가

19. 또 다른 신상태의 꿈

역사가 아니라도 공유란 미래의 숨일 수도 있다
우리는 바다를 주고, 중앙아시아 초원을 받을 수 있다
홍익인간은 국가·국토·국민·국권에 갇힌 생각이 아니라,
탈영토와 이동의 무경계라는 생각을 한다

기사 작성: 강주영 - 2024년 04월 07일 14시36분

1. 근대를 연장하는 총선

2024년 총선이 진행되는 중에 이 글을 쓴다. 총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출마자나 주권자나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그 변화가 근대의 진행형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을 듯 싶다

좌우, 보수, 진보, 녹색 모두 근대체제에 속한다. 그 근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진보는 사회주의 경향이라 해도 근대의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고, 보수라 해도 마찬가지다. 파시즘 같은 반동이 아니라면 진보와 보수 모두 자유, 평등, 우애를 향해 가되 다만 완행열차를 타고 가냐, 초고속 열차를 타고 가냐는 차이일 뿐이다. 종착지는 같다.

2. 근대는 종착지인가

종착지? '절대정신의 종착지'라는 헤겔의 말이 떠오른다. 헤겔의 종착지는 근대국가의 완성이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예나에 입성하자 헤겔은 '말을 탄 절대정신'이라며 나폴레옹을 칭송했다. 안타깝게도, 그 절대정신은 헤겔의 집을 약탈하고 대학을 폐쇄했다. 그 바람에 헤겔은 직장을 잃고 실업자가 되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교향곡 '영웅'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한다고 악보에 썼다가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자 '헌정'이라는 글씨를 긁어냈다고 한다.

베토벤과 헤겔이 나폴레옹에게 보인 태도는 서로 다르지만 그 둘은 근대국가가 자유, 평등, 박애를 완성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정신이 근대를 완성할 것이라고 믿었던 철학자가 있는데 국민교육헌장(1968년 12월 5일)을 쓴 박종홍이다. 지금 국민교육헌장은 사라졌지만(?) 국기 즉 국가에 대한 맹세는 박정희 때와는 내용이 다르지만 여전하다.

그렇다면 근대체제란 무엇인가?

영어 모던(Modern)은 봉건제와는 다른 '신상태'라는 뜻이다. 이 신상태는 근대 국민국가를 통해 자유, 평등, 박애라는 사회계약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서구 근대사상가들은 믿었다. 그럼 이 신상태는 언제부터일까? 참고로 현대는 근대의 지금을 말하지, 근대와 다른 말은 아니다.

3. 근대는 베스트팔렌체제의 연장이다

1648년 5년 여에 걸친 회담이 타결됐다. 인조가 청태종에게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은 지 십년 뒤 일이다.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되고, 근대국가체제가 출발했다. 베스트팔렌조약으로 국가, 국토, 국민, 국권(이하 4국 체제)라는 근대체제가 열렸다. 이때 '국'은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때 질서와 다르지 않다.

베스트팔렌조약 상상도. 출처 : 나무위키, 이 조약은 근대국가, 국토, 국민, 국권을 열었다.

그보다도 먼저 1599년 9월 24일이었다. 동인도 회사(East India Company)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업의 소유권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작은 종이조각인 주식으로 발행되었다.

이 두가지 사건으로 근대체제가 출발했다고 학자들이 말한다. 하지만 근대체제 앞에 서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서구적 근대체제'라 해야 할 것이다. 주식회사, 4국체제의 공화정, 산업혁명이 근대체제의 필수 사항은 아니다. 그건 서양인들의 믿음이다.

동양에서는 이미 진시황 때 중앙집권과 관료제가 이룩되었다. 한해륙에서는 부여,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 왜의 열국시대에 이미 국가, 국토, 국민, 국권이 있었다. 유럽사에서는 이런 겨레국가(민족국가가 아니다)가 없었다.

어쨌든 베스트팔렌조약의 근대개념들에 익숙해져 있고 너무나 당연시하는 풍토다. 민족사관 또한 베스트팔렌조약 개념은 아닌지 묻고 또 묻는다. 민족은 베스트팔렌조약이 고안한 전통의 발명, 상상의 공동체는 아닌지.

4. 홍익인간에 국가는 없다

필자가 말하는 겨레사관은 이와 다르다. 홍익인간, 마고할미, 밝달, 신단수, 신시, 소도, 결 = 무늬 = 기 = 숨을 가진 그래서 결의 둘레, 겨레, 그렇다면 숨결에 배타적 경계의 국가, 국토, 국권, 국민이 있는가? 민족을 무어라 규정하던 그 안에는 국가, 국토, 국권, 국민이라는 서구적 근대개념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서구개념이라고 배척하는 게 아니다. 근대는 온통 전쟁이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근대는 기후변혁의 지구급진정치로 파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겨레는 국토, 국가, 국권 국민이 없는가? 국4종세트는 근대개념이라 했다. 근대는 배타의 경계다. 하지만 근대는 상품에 국경이 있는가? 내 현장에는 베트남제 판석, 중국산 공구(OEM), 말레이시아합판, 북미산 구조목재, 일본산 삼목, 핀란드제 루바, 수입원광석의 포스틸, 아랍산 석유로 만든 스티로폼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만국물자다. 국산은 사람뿐이다. 가끔 외국인 노동자도 온다. 하지만 상품은 세계화되었지만 상품 자체에 경쟁적 경계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인터넷에 경계가 있는가? 이미 지구인이라고들 한다. 특히 인터넷세계는 베스트팔렌조약의 근대체제를 무너트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 이리 보면 국가는 외교정치권력의 경계에서만 남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플랫폼기업의 배타적 제국주의성은 난공불락이다.

겨레는 국가가 아니라 나라를 세운다. 국가와 나라가 다름은 이미 누차 밝혔다. 어린이나라, 목수나라, 자연의 나라 농인의 나라, 노동인의 나라 이 결들의 둘레, 무늬들이 연합행정체를 만드는 것이 겨레정부고 이 정부는 근대국가와 다르다. 긴 역사에서 국가는 늘 변해 왔다. 필요에 따라 연합행정쳉인 국가의 범위와 내용은 달라진다.

그게 이른바 근대체제 개념에서는 국제조약이다. 대표적인 게 기축통화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물론 부르주아자의 이익에 복무한다.

연합행정체의 개념에 따라 몽골과 한국이 서로의 이익과 결을 도모하는 진정 평등조약을 체결한다면 몽골과 한국은 같은 숨 = 기 = 결을 가진 겨레가 된다. 실제로 몽골의 어떤 이들은 한국과의 연방을 하자고 한다고 들었다. 몽골인들은 한국을 '솔롱고스'라 부른다. 해 뜨는 무지개 나라. 무지개연방 좋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공유된 이야기, 공유된 숨이 필요하다. 징기스칸 시조모가 고구려 추모대왕의 후손이라는 말도 있다. 역사가 아니라도 공유란 미래의 숨일 수도 있다. 우리는 바다를 주고, 중앙아시아 초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국토 국경, 국가, 국권은 늘 변화되어 왔다. 한국도 이제 국가의 한 영역에서 이민자나라가 세워진 지 오래 되었다. 몽골도 우리겨레가 될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고려인이 된 것처럼 말이다.

민족이 근대체제가 만든 말이라면 민족은 사후적으로 출현한 것이다. 겨레 또한 마찬가자다. 겨레 또한 사후적으로 출현한다. 민족과 겨레가 선행적으로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사람이 분별하여 사후적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해군 장교로 죽은 이순신은 목수가 될지만 소년 이순신은 목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고유명사라도 얼마든지 차원변화를 할 수 있다. 민족, 겨레를 붙박이로 사유할 수 없다. 같은 겨레였던 왜와 한해륙 겨레들이 지금은 서로 원수다. 기원론적 사유와 발생론적 사유는 다르다. 기원론적 사유는 제1원인자를 찾는 것이고, 발생론적 사유는 제1원인자가 아니라 사건의 연쇄파동을 추적한다.

지금의 한민족은 조선민족과 결이 다르다. 단군조선의 홍익겨레도 아니다. 지금의 한민족은 동학혁명이 진압된 후에 개화파들이 만든 것이다. 거기에 독립이 붙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통일민족 또한 사후적으로 출현한다. 어찌 알겠는가? 북한, 남한, 몽골이 삼각동맹을 맺어 새로운 겨레를 만들지! 그보다는 더 크게 핀란드까지 포함하는 북극동맹을 생각해 본다.

지금은 국가 단위가 아니라 도시단위에서도 동맹을 체결한다. 전북인들이 전북홀대론에서 벗어나 몽골의 도시와 유럽의 도시와 알찬 도시동맹을 맺을수 있다.

홍익인간은 국가, 국토, 국민, 국권에 갇힌 생각이 아니라, 탈영토와 이동의 무경계라는 생각을 한다. 홍익인간에 대한 김남수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

" '홀본부여'의 남하로 요동치기 시작한 이 땅의 역사는 새롭게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넓어진 영토 — 마음의 영토 포함 — 에 다른 사람들과 사는 사이를 서로 이롭게 한다"는 문화적 접변과 합류를 이끌어내기 시작한다.

홍익인간을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 라고 새기는 것이 보통인데, 위와 같이 새기는 이유는 타문화와의 만남과 교류 내지는 융합을 저 말 속에서 의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강주영 기자의 최근기사

[신생전북론]근대에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가능한가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 설치

전북 조국혁신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화분만들며 농업의 중요성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