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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이야기꽃]나아갈 때, 머물 때, 물러날 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03일 14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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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서는 지금같은 선거철이 대목이다. 새 인물들이 튀어 오른다. 정치에 진입할 때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도 올바른 정치인으로 큰 다는 보장은 없다. 하물며 입문 때부터 권력 잡고 한몫 챙기려하는 속셈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주 나쁘다. 움츠리고 있던 이가 고개를 내밀 때 자기 밥줄 지키려고 억지소리를 해대는 것도 가소롭다.

권력 잡기나 자리보전에 눈 빨개진 정상배들이 지난 20여 년간 우리 정치풍토를 더럽혔다.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못 할 테니 저급정치 행태를 정치의 본 모습이라고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정치를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 걱정된다.

이런 것들이 사회 행동방식으로 자리 잡고, 공공기관 인사기준에 당연한 패턴으로 받아들여져, 우리 사회의 모세혈관을 더럽히고 있다. 깨끗하고 사리에 맞는 권력을 뜻하는 깨끗한 처신(淸道)과 권도(權道)를 지키는 ‘청권 정신(淸權 精神)’을 찾아보기 어렵다. 왕권 욕심을 버리고 양보한 효령대군이나,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하며 살던 주나라 우중(虞仲)의 깊은 뜻은 오늘날 보기가 어렵다.

“욕심이 많으니 어찌 강직하다 할 수 있겠는가(慾焉得强)(논어 공야장 10) 강직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욕망을 품고 일하면 강직하기 어렵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이 일할 때라야 강직함이 나온다. 가진 것 없더라도, 헛된 욕망을 떨쳐버리고 일해야 강직하게 처리할 수 있다.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는 자기의 뜻이나 역량이 올바른지 엄중하게 판단한 뒤 결정해야 한다. 공자가 칠조개에게 벼슬을 하라고 하자 “아직 감당해내리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吾斯之未能信)고 말했다. 이에 공자가 매우 기뻐했다”(논어 공야장 5).

무엇보다도 정계에 들어갈지, 물러날지 못지않게 멈출지를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공자가 안연을 일러서 말하기를 “애석하구나! 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은 보았지만 그가 그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논어 자한 20). 멈출 때 멈추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물에 들어가 휘젓다가 스스로 멈출 때라 판단해 멈추기는 쉽지 않다. 권력의 속성이고 이미 익숙해진 생각 짓이기에 비이커 속 개구리가 된다.

물러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이제 물러나는 것이 좋아 보이는데 관성대로 타성에 젖어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그런 것을 탐욕이나 노욕이라고 부른다. “혈기가 이미 쇠하였을 때는 탐욕을 경계해야한다(血氣旣旣 戒之在得)(논어 계씨 7). 조절능력을 상실하고 몸과 정신이 흐트러진 채 추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다 꼬꾸라진다.

정치는 대중이 한다. 정치인은 대중의 뜻을 읽고 그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이에 딱 맞지는 않지만 조급하거나. 은닉하거나, 맹목적이면 진입하지 않아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먼저 말하는 조급, 말하지 않는 은닉, 살피지 않는 맹목을 경계”(논어 계씨 6)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고를 때 이 점은 판정이 난다.

나아가고 멈추고 물러나는 모든 것들은 ‘판단의 예술’이다. 때는 잘 잡아야 가치가 있다. 잘나갈 때 물러나라는 말, 민첩하게 판단하면 반절을 성공이라는 말들이 선택의 묘미를 뜻한다. 공자는 사람 특성에 따라서 물러날 방식을 말한다. “물러나는 성향을 갖는 이(求)에게는 나아가라 하고, 추진력이 좋은 사람(由)에게는 물러나도록” 했다(논어 선진 21). 또한 “민첩하면 공을 세울 수 있다(敏卽有功)”(논어 양화 6)고 했다. 물러날 때를 선택하는 것은 진입할 때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이미 권력에 취해 있다면 더 어렵다.

아! 정치판에서 취해 노는 이들 보다도, 이들을 골라내는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더 맑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흥재(한국지역사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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