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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4월이 오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02일 14시30분

왕궁리유적에 흐드러지게 피어날 벚꽃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4월을 생각하면 마냥 설렐 수만은 없다. 지나온 우리 역사 속에 있었던 4월을 떠올리면 웅장해지기도, 아프기도, 속절없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이 글이 나가는 4월 3일, 80여년 전인 1948년 제주에서는 15,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 4·3사건이 있었다. 그 다음날인 4월 4일, 1919년 그 날 이리장터에서는 문용기 열사를 비롯한 1,000여명의 군중이 모여 목청이 터져라 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4월 11일에는 전국적으로 거세게 타올랐던 독립의 바람들이 모이고 모여 중국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2014년의 4월 16일에는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영문도 모른 채 속절없이 진도 앞바다로 보내야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어디 이 뿐이랴. 70여년 전 4월 19일에는 학생과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이승만대통령 하야 외침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우리는 이를 4·19 혁명이라 부른다. 그보다 60년 앞선 1894년 4월 25일에는 고창 무장현에서 전봉준과 김개남, 손화중 등의 동학혁명의 중심인물들이 다시한번 똘똘 뭉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포고문을 선포하였다.

역사 속의 의미있는 날들을 찾자면 1년 열두 달, 기억으로, 기록으로 남겨야 할 일이 없는 달이 없겠지만, 근대 이후의 4월은 유난히 뭔가가 있다.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펴고 날아갈 준비를 하는 때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봐야겠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봐야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흘러 넘치는 달인 듯 싶다.

특히 1894년 4월 25일 고창 무장현에서 읽었던 동학혁명군들의 과 1960년 4월 25일 대학교수단이 읽었던 은 시대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무장포고문에서는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을 빼앗기면 나라가 없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보국안민의 계책은 염두에 두지 않고 밖으로는 고향 집을 화려하게 지어 제 살길에만 골몰하면서 녹위만을 도둑질하니 어찌 옳게 되겠는가?”라고 일갈하고 있으며, 대학교수단 시국선언문에서는 “공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정축재한 자는 관, 군, 민을 물론하고 가차없이 적발, 처단하여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부패와 부정을 방지하라”고 뜨겁게 호소하고 있다.

이 뜨거운 마음은 시인 신동엽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시 중에서)”고 일갈하고 있다. 이제 일주일 후면 4·10 총선이다. 1948년 처음 시작하였으니 햇수로는 76년이 되었고, 차례로는 22번째 맞이하는 총선이다. 신동엽 시인의 말처럼, 올해 사월도 알맹이만 남는 달이었으면 좋겠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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