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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천년고찰의 미학, 지리산 천왕봉이 품은 남원 실상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02일 14시29분

흐린 날씨가 가고 이번주부터 드디어 봄꽃이 만개할듯하다. 지난주까지는 잦은 비와 꽃샘추위로 벚꽃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져 전국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한창이었더랬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따뜻해진 날씨에 주말동안 얼마나 많은 나들이객들이 나왔었는지. 꽃이 안폈다고 불평인 사람도, 죽을죄를 지었다는 지자체 플래카드도 있었지만, 죽을죄일 것까지야. 겨울옷을 벗고 화사해진 나들이객은 그저 행복하다. 그래서 오늘은 봄나들이를 즐기기 좋은곳을 소개한다.

남원시 산내면, 산길따라 물길따라 가다보면 지리산 끝자락, 그림 같은 풍경과 함께 실상사(實相寺)를 만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산이 아닌 평지에 위치한 절이다. 무엇보다 작은 규모임에도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많은 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유물들을 접할 수 있으니 보는 재미가 크다. 무엇보다 왜 이곳이 특별한지 알고보면 더 알차다.

실상사는 신라의 구산선문 중 하나로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신라 흥덕왕 3년(828) 홍척(洪陟) 증각대사가 구산선문을 개산하면서 창건하고 선종을 전파하였다. 그 후 2대조인 수철화상을 거쳐 3대조 편운에 이르러 절이 중창되었으며 더욱 선풍을 떨치게 되었다. 이후 폐사, 중건 등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배경을 조금 설명하자면 신라 중대 말, 귀족들은 힘을 잃어가고 호족들이 강성해지는데, 이들은 근본적으로 사상이 달랐다. 신라왕실은 불교의 경전과 교리, 해석 등을 중시하는 교종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체계를 구축했다. 왕즉불, 즉 ‘왕이 곧 부처’요, 귀족은 보살, 중생은 대중이라는 위계를 설정했는데, 어느날 도의선사가 선종을 가져왔으니, 그 내용인즉슨 ‘깨우친자가 왕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은 왕즉불사상을 깨고 능력있는자가 왕이 될수도있다는 논리를 제공하니, 지방호족들은 선종사찰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신라 말 선종의 발달은 지방문화 역량을 증대시키고, 이후 6두품 지식인들과도 결합하여 고려 건설의 사상적 바탕이 되기도 하였으니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라고 말할수있을까.

실상사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문화재는 진입로 강변 다리앞에 위치한 석장승이다. 장승은 경계표시와 함께 경내의 부정을 막기 위해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것은 장승은 보통 남녀장승으로 배치되는데 이곳은 남장승만있다는 점이다. 석장승을 지나 쭉 들어가면 비로소 사찰이 나온다. 앞에 큰 연꽃지가 있으니 여름철 연꽃이 만발할 풍경을 상상해본다. 입구에 대문격인 사천왕문이 위치하는데, 여러 사찰을 다니다보면 재밌는점 중 하나가 사천왕의 생김새가 다르다는점이다. 칼을 든 것 치고는 순둥하게 생기기도하고, 조성 시기의 분위기에 따라 무척 사납게 표현되기도 한다.

천왕문을 지나 들어가면 양쪽에 3층석탑이 위치하여 보광전 앞마당을 크게 채운다. 상륜부까지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는 드문 사례로, 이름만 3층이지 8m가 넘는다. 탑 뒤에는 큰 석등이 있는데 석등 앞에 계단까지 있으니 꽤 독특하다. 탑 우측에 위치한 약사전 내에는 보기드문 거대한 철불좌상이있다. 이 시기 만들어진 불상은 독특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후덕한 미소를 지닌 불상이 아닌(백제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서산의 마애삼존불을 떠올려보라) 호족의 강력한 이미지를 담은 근엄한 표정의 철제불상이다. 그밖에 수철화상탑 및 비, 증각대사탑 및 비, 편운화상승탑, 실상사승탑 등 석조유산, 극락전 등 목조유산, 불상 및 동종 등 다양한 재질의 문화유산이 위치하며, 이를 대상으로 문화재돌봄센터에서는 매년 상시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재질별 전문모니터링, 일상적 관리 등을 진행하며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람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는 문화재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문화재돌봄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도내 동부권역 8개 지역의 383개소 문화재를 관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지정문화재 및 도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를 관리하며, 문화재 분야의 전공자와 문화재수리기능자들을 중심으로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의 재질별 특성에 맞게 정기 모니터링,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작은 훼손부는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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