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5월11일 17:53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Trending Now: 탄력 잃은 피부 고민된다면...업그레이드 버전 ‘울쎄라프라임’으로 도움 대전-남원-여수 잇는 새로운 KTX 노선 신설이 효과적 [포커스] 고창 고고장구 고창예술단 김은정 단장, 활력 비타민 “주택임대차계약 신고기한 꼭 지켜주세요” 펩티드요법 '펩티드환' 주문폭주로 인한 3차 리오더 진행 <포토뉴스> 봉화산 핑크빛 꽃바다 바르는 시대는 끝났다… ‘먹는 화장품’ 이너뷰티 대세템 생태계교란하는 붉은귀거북

'서부신시가지'와 '효천지구' 의 변천을 보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01일 08시28분

IMG
사진가 허성철이 1일부터 20일까지 전주 숨갤러리에서 14번째 전시 '전주를 기록하다'를 갖는다.

그동안 카메라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해 자신을 이야기해온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재현의 도구’로 활용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주가 변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1997년 무주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하면서 전라북도 특히, 전주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작가는 아중지구, 화산지구, 서신지구 등 전주가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의 끈이 서부신시가지, 만성법조타운, 효천지구, 에코시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는 '서부신시가지'와 '효천지구' 두 지역을 중심으로 28점을 한지에 출력했다.

서부신시가지는 도청을 비롯하여 경찰청과 KBS한국방송 등 많은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곳이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한방직 주변으로 농지가 펼쳐진 한적한 시골 모습이었다. 작품에서 지금은 아파트단지로 변해버린 1996년도 마전마을, 삼천 주변과 (신·구)마전교, 대한방직, 우전초등학교 일대, 새롭게 이전한 경찰청, 철골로 모습을 드러낸 도청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포장도 되지 않은 2007년 봄, 허허벌판 효자로와 마전들로 주변 모습을 담고 있다.

지금 도청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전시장에서는 불과 십수 년 전인 2009년에 도청을 배경으로 풀을 뽑고, 약을 살포하는 농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석산마을과 함대마을로 구성된 효천지구는 2019년에 개발이 완료됐다. 지금은 4천 세대 이상의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이곳이 한때는 복숭아꽃 만발한 과수원이었다는, 효천교를 통해 삼천동 먹자골목을 오가는 그 일대가 석산마을이 있어 애틋한 서민들이 모여 살았다는 사실을 작품은 말하고 있다.

작품엔 오랜 세월 삶의 근거지를 떠나게 되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2015년 봄, 사라지게 될 고향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적어 놓은 기왓장을 볼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 모습이다. 작가는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오랜 세월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카메라가 가지는 시간을 잡아내는 힘에 의지해 담아냈다. 도시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산과 들이 콘크리트화 되어가지만, 그곳에도 사람들 온기와 사랑이 더해지면 뒷사람들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의 이야깃거리가 쌓이게 될 터이다.

작가는 이렇게 전주가 변해가는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담았다. 그가 살고 있는 전주를 ‘시간’이라는 힘을 믿고 기록하면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해석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기록하는 사진은 당장 무엇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시간 흘러 세월이 되고 그 세월 위로 쌓인 많은 이야기가 또 다른 뭇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가는 "휴대폰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는 세상에 카메라는 과연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 이는 결국 카메라로 대상을 찍는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순간을 기록할 것인가. 좀 더 긴 안목으로 접근할 것인가. 작가는 긴 호흡으로 카메라를 대하고 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외까지 넘나드는 이즘. 작가는 오히려 멀지않은 일상생활권인 그가 사는 전주를 기록했다"고 했다.

눈에 너무 익어 사진이 될까? 멋들어진 그림이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번민에도 멋있고 보기 좋은 풍광을 담는 대신 작가는 일상으로 만나는 주변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아왔다. 그것이 미적인 사진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이렇게 주변을 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창하게 아카이브 작업이라 칭하지 않고 그저 살아 숨 쉬는 주변의 변해가는 모든 모습을 담는 것. 그 또한 값어치 있는 사진이리라.

작가는 경희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고 전북일보 사진기자와 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13번의 개인전과 해외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사진과 그림을 혼합, 자신을 이야기하는 포토페인팅 작업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주가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이종근기자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바늘이 천을 100만번 뚫는다'
‘순창, 맑은 물에 갓끈을 씻고’ 순창 생생 국가유산활용사업 시작
“글씨에 군가를 담다”
청목미술관, 기획재정부 공익법인, 문화체육관광부 경력인정대상기관 공식 지정
주름이라는 이미지에 빗대어 인간의 영혼과 자아 표현
[이 한편의 시] 저문 바다
한국 영화의 주변부에 있던 영화 담론을 중심으로 소환
무장읍성의 역사와 문화를 잇다
부처님오신날, 석가탄생도를 따라 떠나다
하나의 창으로는 편견만을 자라게 할 뿐이다

Leave a Comment


카카오톡 로그인을 통해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