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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만우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31일 15시08분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서양에서는 모두가 바보가 되는 날이라는 ‘올 풀스 데이(All Fools' Day)’로 부른다.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자, 율리우스력의 새해 첫날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1564년 프랑스의 황제 샤를 9세에 의해 1월 1일로 새해의 출발이 옮겨졌다. 그레고리력으로 역법(曆法)이 바뀌어서이다.

이 사실을 모르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로 여겨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이를 비웃으며 거짓 파티로 골탕을 먹이거나 알맹이 없는 선물을 주는 등 장난을 쳤다. 이런 장난이 오늘날의 만우절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만우절과 같은 날이 서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가 인도의 춘분제이다. 이 행사 마지막 날에는 거짓으로 심부름을 시켜 사람을 놀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훌리(Huli)라고 하는데 만우절과 아주 유사하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다. 고려 시대 첫눈이 내리면 왕에게도 거짓 진언이나 상소를 올렸다.

이게 조선에까지 이어져 세종실록 1권 1418년 10월 27일 기사에, ‘상왕이 첫눈을 봉하여 약이(藥餌)라 일컫고 내신 최유(崔游)를 보내어 장난삼아 노상왕전에 올리니, 노상왕은 미리 알고 사람을 시켜 최유를 쫓아가 잡으라고 하였으나 미처 잡지 못하였다.’ 라는 기록이 있다. 상왕은 태종이고, 노상왕은 그의 형인 정조이다. 첫눈을 약식으로 알고 속으면 한턱을 내야 하고, 반대로 속지 않고 심부름꾼을 잡으면 보낸 사람이 한턱을 내는 장난이다. 첫눈 오는 날은 지엄한 왕가에도 여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만우절의 거짓말이나 장난은 서로 웃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전까지만 허용되고, 오후에는 장난이었음을 밝혀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급을 바꾸거나, 칠판을 등지고 앉아 선생님을 맞는 경우는 재미있는 이벤트이다. 그러나 거짓으로 소방서나 파출소에 신고하는 등 공권력에 혼란을 주면 만우절이라 해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다.

웃지 못할 만우절 일화도 있다. 1946년 4월 1일 알류산열도 지진으로 하와이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아쳐 피신하라는 방송을 내보냈으나 거짓으로 여겨 165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2003년 4월 1일에는 CNN을 위장한 거짓 사이트에 속아 MBC에서 빌 게이츠가 피살됐다는 속보를 내보냈다가 16분 후 사과하기도 했다. 같은 날 홍콩의 배우 장국영이 자살했으나 대중들은 거짓이라며 믿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거짓말을 하는 현실에서 따로 만우절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아냥 섞인 탄식이 들린다. 남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거짓말은 범죄이다. 그러나 팍팍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만우절의 풍습은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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