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의 한가운데]“지방소멸은 국가공멸로 이어진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7일 14시56분

2020년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존립 기반을 흔든 해였다. 수도권의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해였고, 출생자 보다 사망자가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해였다. 건국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아 전쟁의 폐허속최후진국이 일약 선진국으로 도약해 세계의 모범국이 되었던 대한민국이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비상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데도 정부나 여의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한 채 골든 타임을 허송세월로 보내왔고 이제 22대 총선 국면을 맞이했다. 그나마 (사)재경 전북 도민회가 주축이 돼 팔도 도민회의 연합체인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 즉 대도연을 사단법인으로 발족하고 대도연의 수석부회장을 맡은 필자를 중심으로 ‘지방소멸대응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비협조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방소멸 위기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젊은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지방의 젊은 인구는 크게 입학과 취업으로 대규모로 유출된다. 이른바 ‘명문대’와 ‘좋은 일자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수도권 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이라는 점에서, 두 요인은 뿌리가 같다고 봐야 한다. 또한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큰 메리트를 갖지 못하고, 선호 직업군의 변화나 일자리의 연계성 등이 지방소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소멸 고위험’ 지역이 모두 농어촌 군 지역이지만, 가장 낙후된 우리 전북의 경우는 전주와 완주를 제외한 12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지방소멸은 곧 지역 불균형을 낳는다. 지역 불균형은 국가의 공멸을 의미한다. 건물이 두꺼운 기둥 하나에만 의지한 채 서 있다면 언제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적당한 기둥들이 건물을 고르게 받쳐줄 때 비로소 견고한 건물이 완성된다. 국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지방이 견고해야 하나의 튼튼한 집합체가 되는 것이다. 지방 균형을 위해선 지방을 젊은이들이 이끌릴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개인은 지방을 위해 힘쓰지 않는다. ‘지방 살리기’는 국가에 주어진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이슈는 영국 옥스포드대 인구문제연구소의 콜먼 교수로부터 나왔다.그는 대한민국이 80여 년 뒤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750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학자들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출산율을 저하시킨 주범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다면 삶의 질 향상과 출산율 제고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적 난제 앞에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 역대 정부가 1천조원대의 천문학적 예산 투입을 했지만 지방 소멸 위기는 더욱 심화돼 왔다는데 주목해야한다. 더 이상 보조금이나 정책 자금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래서 대도연은 지방소멸 해법으로 두가지를 제시한다. 수도권 명문대학과 대기업의 과감한 지방 이전을 추진하되 자발적으로 이전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수도권 사립대학이 지방 이전하면 수도권 캠퍼스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용도변경해 대학측에 10조원대의 개발이익을 주자는 구상이다. 이 돈이면 아이비리그 수준에 필적하는 글로벌 명문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유인책이다. 서울대의 경우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에 각 단과 대학을 이전하는 이른바 프랑스 모델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가령 예술대는 전남대, 농생명대는 전북대, 공과대는 경북대, 로스쿨은 충남대 등 각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이전하고 산학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또 경쟁력없는 지방 사립대의 출구 전략도 마련해 예산 낭비를 막고 이 캠퍼스를 산학 연계 플랫폼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때 공기업들을 지방에 내려보내 혁신도시 등을 만들었지만 기대한 수준만큼 효과는 아직 없다. 결국 사기업이 가야 한다. 사기업 역시 대학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

사기업의 유인책은 한시적인 상속세와 증여세 면제이다. 국민 정서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지만 전체 세수에 차지하는 비중은 3%대에 블과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0%에는 아예 상속증여세가 없는 것도 참고할 만 하다.

지역 핵심 산업인 농어업 육성 또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역대 정부는 농어업을 경쟁력 없는 산업으로 보고 연명 수준으로 지원했는데 농생명산업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농어촌은 일자리는 많지만 사람이 없다. 해외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우수한 인재들을 받을 수 있도록 농어촌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앞장서야할 분야일 것이다./장기철(재경전북자치도민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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