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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농사’라는 것....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6일 14시17분

농(農)이란 무엇일까? 누구는 뭍 하늘 아래 밭을 일구고 식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형상한 글자라고 하고, 누구는 ‘별의 노래’, 즉 우주와 자연의 순리를 내포하는 한자라고 말한다. 그러니 ‘농사’는 “‘농’을 하는 일”, 즉 사람에게 유익한 식물을 흙에 심어 가꾸는 일, 씨앗, 열매, 뿌리 등을 수확하는 일이다. 벼농사, 밭농사, 두벌농사, 헛농사....

더욱이 우리는 농업을 삶의 근원, 일상의 근본으로 삼았다. 자식과 인재를 키우는 일, 먹고 살아가는 방책을 마련하는 일까지 농사와 결부하였다. 자식농사, 사람농사, 돈농사.... 우리 일상사는 농사를 짓는 일로 등치 되었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이라면 직유든, 은유든 다 ‘농사’로 통했다. 누 천년 농업국가에서의 삶이 사회, 문화로 각인된 결과였을 것이다.

왕과 관료는 농사를 장려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수리와 관개는 국가정책의 우선이었다. 하지만 반듯한 농업기술서가 없었다. 중국 농서 뿐- ‘제민요술’, ‘사시찬요’. 세종이 나서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와 맞는 농서를 편찬하도록 했다. 전국 팔도 수령에게 ‘내노라’하는 고수들을 찾으라 명했다. 경험이 풍부한 촌로들이 대상이었다. 현장 조사를 통해 곡식을 재배하는 기술을 먼저 수집하였다. 늦었지만 우리식의 농사법을 보급하기 위한 첫발, 의식의 주체적 전환이었다.

잠시 ‘농사직설’로 환승해 보자. 저수지도, 저수량도 태부족하였다. 무논이나 마른논을 소로 갈아 평평하게 갈무리하여 볍씨를 직접 파종하였다. 비료는 인분, 오줌재, 외양간 거름, 나뭇잎, 누에똥이었다. 맘대로 물을 넣고 빼지 못하니 내내 잡초와의 싸움. 수확까지 적어도 3~4번은 김매기를 하였다. 소출은 지금보다 70% 정도 낮았다. 하늘이 허락한 만큼이었다. 농사직설은 이런 순응농법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후 여러모로 나아졌으니 말이다.

전 세계가 그런 것처럼 1950년을 기점으로 농사는 완전히 결이 다른 국면을 맞았다. 질소질 비료가 나오면서 인분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모자란 만큼 물을 가두고 물길을 내었다. 논과 밭의 구획을 정리하였다. 품종을 다양하게 개발하였다. 농사일은 빠른 속도로 인력에서 기계로 대체되었다. 느는 인구에 비례해서 농작물 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농업 생산성 향상도 마찬가지였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도시가 팽창했다. 기술은 진보했고 문명의 이기들은 비처럼 쏟아졌다. 100년 안에 농토피아가 이루어질 기세였다.

지난해 봄꽃은 한꺼번에 폈다. 올 2월 군산, 평균기온 4.4℃, 일조시간 113.7시간, 기상청이 관측한 이래 2월 측정값 중에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각각 평년값보다 1.3℃ 높고, 77.7시간이 적었다. 당장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었다. 스파트팜 대표작물인 딸기, 토마토 가격도 고공 행진했다. 전례 없는 기후 습격으로 대안인 스마트팜은 누적 데이터와 기능의 보완점을 드러냈다. 불규칙한 기후변화를 예측했지만 정밀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지난 2월을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런 일들은 반복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파동처럼 얽혀서 시간과 공간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예측 불가니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국가를 치리 하는 것, 별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것”을 포함한다. 기후 변화를 이겨낼 또 다른 농서가 절실하다. 재해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 물관리 계획’부터 ‘한국기후형 스마트팜’, ‘겨울재배 신교본’까지 기후변화 대응 근거들을 살펴야 한다. 그것이 농사를 위한 농사다. 더욱이 그린피스는 2030년 남․서해의 해안에 바닷물이 유입하여 33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았다. 이를 과학적 근거가 대라고 하지 말고, ‘기후 쿠데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인지 볼 일이다. 봄, 가을,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늘어났다. 이산화탄소와 햇빛의 수급은 불안하다. 바닷물은 늘어나고 공중에는 물길이 생겼다. 전례 없는 에너지가 적도에서 들끊고 있다. 농사에 닥친 위기, 구원하소서.

/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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