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힙한 전통

우리의 새로운 문장이 필요할 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6일 14시15분

때로는 문장에 우리의 생각이 갇힐 때가 있다.

“전통은 고루하다”, “전통은 옛것이다”, “전통은 지루하다” 등등, 전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고, 많이 들어본 서술어들이다.

그런데 요즘 이 ‘전통’의 서술어들이 달라지고 있다. 시대와 소통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시대와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바람을 담은 듯, 이 시대의 전통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 지점들을 반영하듯이 이날치부터 시작된 힙한 전통 바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힙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이다. “전통이 힙해졌다.” “조선시대에서 시작된 우리의 소리가 핫하다-조선팝”, “외국인들은 물론 MZ 세대들에게 전통이 새로운 음악장르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등등의 반응을 비롯해 영화 에서 배우 김고은 씨가 컨버스를 신은 MZ 세대의 무당 역할을 힙하게 해내면서 전통을 보는 시선들이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농악”의 새로운 판이 열린다. 올해 2024년은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지 10주년 되는 해이다. 농악은 한국사회에서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마을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연행되었던 우리나라 전역에서 행해지는 대표적 민속연희로,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태평소 등의 악기 연주에 놀이적, 노동적, 군사적, 제의적, 무용적, 연극적 공연요소가 더해져 악가무희(樂歌舞戱)의 형태를 이룬다. 예전에는 ‘풍장 친다’, ‘풍물 친다’, ‘걸립’, ‘두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졌다.

한국의 공동체성과 다양한 예술적 요소들이 담긴 농악이 다양한 장르의 전통예능들과 어우러져 이 시대의 “풍장, 새 길”을 열려고 한다. 판에서 놀았던 농악이 무대로 들어와 이 시대의 명인들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한 데 어우러져 전통을 불러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굿판이 농악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동해안별신굿 김동연 무녀가 출연해 천왕문을 열어 신을 맞이하는 문굿과 액을 좇고 평안을 기원하는 처용무로 샘굿의 문을 연다. 각 가정의 액을 몰아내고 복을 축원해주는 지신밟기가 이 시대의 명창 윤진철 명창의 판소리 적벽가 ‘적벽대전’ 대목과 결합하여 입체적인 농악 진법의 무대가 열린다. 무가(巫歌)와 장단, 춤이 어우러져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명인의 춤을 통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고, 살을 풀어내 보듬고 위로하고 다독인 샘굿이 마무리 되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도시굿(어반굿 urban 굿)으로 지금의 굿- 지금의 농악이 시작된다. 1960-70년대 유랑하며 예능을 펼치던 ‘여성농악단’을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희단 팔산대를 중심으로 김동연 무녀의 굿, 윤진철 명창의 판소리, 한지장 홍춘수 명인의 손길, 전라남도 우도농악 김동언 명인의 한판, 호남여성농악단 이옥금 선생님을 비롯해 경기민요 강효주 명창, 젊은 연희꾼들로 구성된 연희점추리, 접신락, 작두락 등으로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힙한 밴드 ‘악단광칠’, 잠비나이 리더이자 다양한 음악활동으로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이일우가 출연해 풍장의 새 길을 연다. 풍장의 새 길은 4월 6일 토요일 오후 4시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함께 할 수 있다. 이 무대를 계기로 관객과 명인, 젊은 예술인들 모두 하나 되어 새로운 문장이 쓰여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힙하게! /하윤아(국립무형유산원 공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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