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의 창]새만금의 허파, 김제 망해사

망해사 명승지정은 새만금의 미래를 바라보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

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2월 01일 16시11분

1991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될 무렵만 하여도 온 나라가 한동안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해양 환경을 자연정화시키며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서해안 일대의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과, 협소한 국토를 확장시키고 수해상습지를 해소하는 등 갯벌 일대를 메워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양분되며 하나의 커다란 이슈로 작용하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군산시 비응도로부터 고군산군도의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까지 총 33.9km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고,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이르는 면적의 간척지를 조성하는 등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새로운 부지를 조성하여 농업, 에너지, 관광, 배후도시, 과학연구, 산업단지, 무역거점 조성 등 나라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환경오염과 생태계 악화, 담수화된 새만금 권역의 수질 악화 문제가 대두될 것은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

이러한 고민들은 1991년부터 2021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변경계획을 내놓으며 “탄소 중립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 중심지 구현”이라는 방향으로 최종확정안이 결정된 것으로 대변될 수 있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은 ‘개발과 환경’이라는 ‘양날의 칼’을 정밀하게 다듬는 일이며, 새만금 사업이 진행된 이상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협심하여 개발할 것은 개발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야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특히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만경강하구 일대는 새만금의 환경문제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경강물이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유입부이자 새만금의 중심지에 위치한 망해사 일원의 생태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생태와 환경을 연구하는 국립연구기관들의 데이터 자료로 명백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망해사 일원 습지에 군집하며 식생하는 정수식물(물을 정화시키는 식물)은 물을 정화시켜 새만금으로 흘려보내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적으로도 생물권 보호가 이루어져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망해사 일원의 습지는 철새들의 주 서식지인 중국과 몽골, 시베리아 등지로 오가는 도중 쉬면서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곳으로 40여종의 겨울철새가 망해사가 위치한 서해를 따라 이동한다. 지금도 망해사 일원에는 멸종위기종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연구기관의 중요한 연구대상지가 되고 있다.

고대사회 부설거사로부터 조선시대 석가모니불의 화신으로 일컬어지는 진묵대사에 이르기까지 전설적인 고승들의 수행처로 자리 잡았던 망해사는 이미 조선문학의 절정을 이루었던 고산 윤선도조차 망해사의 비경을 바라보며 “서역만리에 불가슴 펴고 지는 해도 안겨온다”는 찬탄을 할 정도로 명승지로 인식된 곳이기에 경관과 환경을 보호해야 할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망해사가 국가명승지로 지정된다는 것은 단순한 문화유산의 지정이 아닌 새만금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자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덕규(김제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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