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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온고지신이 필요한 시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10일 17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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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 좀 협찬받을 수 있을까요?”

KBS 드라마 제작팀에서 연락이 왔다. 얼마 전, TV 사극 드라마에 감초를 협찬했던 터라 같은 드라마라 생각하고 흔쾌히 수락했다.

며칠 후, 20대로 보이는 청년 두 사람이 농장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했다. 제목부터 역사물이 아닌 ‘판타지’ 느낌이었다. ‘거기에 감초가 쓰인다고?’라는 의구심에 감초를 찾는 것 맞냐고 다시 물었다. 그들은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일단 하우스에 심어진 감초를 캐 주었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감초를 받아들었다. 태어나서 감초를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초의 효능이나 쓰임 등 이것저것 물어왔다. 예의상 물어보는 줄 알았는데 이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초를 맛보고 싶다고 했다. 당장 카페로 들어가 이제 막 출시된 감초커피를 한 잔씩 내려주었다.

그들은 커피 맛을 보기도 전에 감초와 커피의 조합에 묘한 조화를 이룰 거라면서 매우 흥미를 보였다. 향을 먼저 맡더니 감초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땅에서 무언가를 재배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뿌듯한 일이 있을까. 내 손으로 재배한 작물로 누군가를 대접하는 감격 말이다.

커피를 마신 그들은 입안에 맴도는 감초 향이 아주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일반 커피와는 다른 풍미가 있다며 커피의 혁신이라고 엄지까지 세워주었다.



드라마가 1월 첫 주에 방송되었다. 가상의 역사에서 일어나는 판타지 로맨스물로 장르가 구분되어 있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었던 원작을 드라마로 제작했다고 한다. 역사와 판타지의 결합이라니. 소재부터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더구나 두 개의 인격체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상상을 초월한 판타지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역사적 배경이 깔린 초현대적 서사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시대이며 AI가 산업과 일상에 적용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이다. 계속 전진하며 새로운 것, 더 나은 것, 더 획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야 미래지향적이라고 믿는다. 그로 인해 역사와 문화, 전통의 가치는 뒤로 밀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우고 빠르게 바뀌는 IT 환경에 적응하기에 급급하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래 산업의 구조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옛것을 익힐 때 자신만의 새로움이 창조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것은 고루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기반이며 기틀이다.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옛것을 찾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이국적 요소와 결합하면 독특하고 개성 있는 문화를 창출해 나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은 아주 많다. 글로벌 K-POP 스타 BTS가 국악과 조합한 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옛것을 어떻게 응용하고 기획하고 재현할 것인가 고민하면 현대적 새로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판타지 드라마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역사에 ‘가상’의 판타지를 적용하여 21세기의 드라마를 만들고 젊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가장 우리 것인 약초까지 재현하며 옛것에서 새로움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것이 현재 변화하고 있는 첨단의 문화이다.



2024년이 시작되었다. 전라북도 특별자치도가 출발한다. 지금이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의미를 되새겨 볼 때이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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