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사실을 알리면 처벌받는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논란의 법률 폐지에 대한 찬ㆍ반토론

기사 작성: 박지호 인턴 청소년 기자 - 2024년 01월 10일 14시52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한민국 형법 307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악용을 막기 위해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붙는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 앞에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 법은 이전부터 존재의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2023년 11월 29일, 군산고등학교에서 약 30명의 청소년이 ‘사실적시 명예훼손법 폐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다음은 토론 주요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 기사에선 형법 제307조 1항(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폐지와 관련한 논쟁 2개에 관해 각각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까지 이 법이 논란이 되는 까닭은 형법 제310조에 표기된 내용 중 ‘공공의 이익’이란 부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학교폭력 사실 같은 경우 이를 폭로할 시 대중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이는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만약 학교폭력 가해자가 일반인이라면, 혹은 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피해자가 이 사실을 폭로할 시 이는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는지 논란에 여지가 있다. 즉 이 논제는 ‘공공의 이익‘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실제 판례를 하나 들자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의 대표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사건이 있다.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이하 양해들)‘은 양육비를 제공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생존권을 위해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이다. ’양해들‘의 대표는 지금까지 총 2번의 재판을 치렀고 1심에서는 아이들의 생존권을 위한다는 명확한 공공의 이익 추구라는 목적과 게시글에 비방의 여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참작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부모들의 개인 정보 유출의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 사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방의 여지없이 사실을 유포했음에도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려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씨의 말에 따르면 좋은 식당이나 병원을 찾기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가해 상태에 놓여있다고 하는 것을 보아 현 시행법에 대해 논란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법 폐지 논제의 첫 번째 쟁점은 국민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vs사생활의 자유) 관련 쟁점이다. 이에 대한 신중권 변호사가 말하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은 각각 만약 자신이 피해를 본 일이 있고 가해자가 명확함에도 피해자가 이 법에 따른 처벌이 두려워 사실을 전하지 못할 수 있기에 이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는 일부 사람들이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어 피해자의 기본권을 법으로써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측은 만약 사실 적시 명예훼손 항목이 폐지되어 사실에 따른 개인의 정보 유출이 합법화된다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 과거사, 성적 지향 등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라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국가에선 개인의 정보가 유출됐을 시 그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운 명예의 특성과 같이 고려하면 피해자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두 번째 쟁점은 현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다. 찬성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현 법령을 폐지하고 미국, 영국, 캐나다와 같은 타국에서 현재 시행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민법에 속해있으며 기존 손해배상제도와 달리 피의자의 고의성 악의성을 판단하여 기존 정신적 손해배상금의 배로 비용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형법이 아니라 민법이기 때문에 현 시행법인 형법의 특성상 투입되는 사법 자원을 줄임으로 사법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민법이기에 억울한 사람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재 시행하는 손해배상 제도보다 처벌의 강도가 더욱 강한 면이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비방의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반대 측 주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각국의 사회적 배경이 다르므로 이 법안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것 보다 현 시행법의 애매한 부분, 논란이 되는 부분을 지금까지의 판례와 국민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수정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자는 주장이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이로 알 수 있듯 법은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법은 그렇기에 한없이 공정해야 하고 또한 유동성을 지녀야 한다. 형법 제307조 1항이 현재 억울한 이를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알법한 사실이다. 이 법이 폐지되든 개정되든지 우리는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있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박지호 인턴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솔직히 이 글을 처음 쓸 땐 한가지의 입장에서 이 기사를 쓰려고 했으나 독자에게 나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될까 봐 양측의 의견을 둘 다 적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한쪽의 입장에서 이 법을 바라봤고 그것이 이 글에도 표현된 것 같아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바뀌지 않았고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 같으나 다음에 이처럼 명확히 찬반으로 나뉘는 논제에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객관적인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글을 통하여,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내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자료 수집 과정에 도움을 준 군산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수정 과정까지 함께 도움을 주신 국어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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