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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길목] 내 친구 유기견 `딸기'를 사랑하기까지

“안락사 직전 입양된 행복한 동행과 갑작스러운 이별
새 주인과의 파양 후, 내 친구가 된 유기견 `딸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1월 27일 14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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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며칠 전 하얀 눈이 펑펑 내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때 남편과 함께 털모자와 장갑, 목도리로 무장한 채 딸기의 집으로 향했다. 딸기가 먹을 새 밥과 물을 주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하얀 눈길을 걷기 시작했다. 딸기의 파란 집에는 따뜻한 전기방석과 담요로 감싸주는 포근함과 겨울철에도 푸르른 소나무, 호랑가시나무, 향긋한 로즈마리, 감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 등의 각종 나무와 약초 위에 날아드는 새들의 지저귐이 벗을 대신해주는 텃밭과 야자 매트, 분홍색 미니주택과 마주할 수 있는 평온함과 자유로움.

그 속에 친정어머니가 그렇게나 애지중지 사랑했던, 딸기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기에 갈 때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감동과 치유라는 선물을 가득 담아온다. 생전에 어머님이 그렇게나 꿈꾸어 오셨던 텃밭과 사색,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새들의 향연, 파란 로즈메리 잎새와 나무들 틈새에 수줍게 피어나는 진분홍 송엽국이 손짓하는 정원의 한 가운데 딸기가 둥지를 갖고 자연과 더불어 멋진 삶을 누리고 있다. 딸기는 어느 봄날, 한 동물보호소에 자원 봉사하러 갔다가 우연히 인연이 되어 평소 예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친정 어머님의 말씀에 안락사 직전 입양된 유기견이다. 유난히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딸기는 첫눈에 반한 어머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행운을 가져갔고 가끔 친정집에 가게 되면 딸기가 밥을 잘 안 먹어서‘오늘은 소고깃국을 끓여 보았단다’ 하시며 숯불구이 소시지, 소고기와 사료를 섞어 먹이시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는 딸기에게 사랑을 뺏긴 서운함이 많았고, 심지어 교회에 가실 때에도 어머님과 함께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딸기를 시샘하는 일들이 자주 있곤 했다. 어떤 때는 어머님 친구분과 말씀하시는 착각을 할 정도로 껄껄 웃으시면서 ‘딸기가 내 바지를 물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서 오늘 시장을 못 갔어. 오늘 병원에 다녀 왔는데 창문 앞에서 딸기가 기다리다 지쳐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나를 어찌나 반갑게 맞이해 주던지 서로 껴안고 울었단다 하시던 모습들로 가끔 우리 자식들을 당황스럽게도 하셨다. 외롭고 쓸쓸한 어머니의고독한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고마운 딸기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행복한 나날 속에서 잠깐 바람 쐬러 마실 나간 딸기를 찾아 나서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는 슬픔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웃분들의 딸기에 대한 증오와 비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딸기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좋은 분 돌아가셨어‘ 하는 빗발치는 폭언들 속에서 겁에 질린 딸기는 물론, 입양을 해 준 우리 부부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딸기만 보면 헌신적이고 희생적으로 자식과 남편을 위해 살아오신 존경스러운 어머님 생각에 우리 가족은 불면증에 시달리다 못해 새 주인을 찾아 입양하게 되었는데 얼마 못 가서 파양하게 되어 딸기를 온전히 받아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리 부부는 서먹서먹한 친구로 맞이하는 불편한 한 가족이 되었다. 동물보호소에 다시 보내라는 주위의 충고와 친척들의 간절한 요청도 많았지만 딸기에 돌을 던지기보다는 그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욱더 큰 사랑으로 껴안아 주기로 다시 한번 더 다짐해본다. 딸기와 산책을 하고 예방접종을 시기에 맞추어 신경 쓰고 맛있는 사료와 간식을 고르는 남편의 배려와 아빠가 딸기를 소중한 가족으로 보듬어 주기까지 따뜻한 위로와 인내로 응원해준 아들과 딸, 갑작스러운 어머님과의 이별과 충격 속에서도 변함없이 딸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 준 동생들의 천사같은 마음 덕분에 고통스럽고 힘든 터널을 지나 딸기는 이제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되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우리는 많은 상처와 좌절을 경험했던 딸기처럼 코로나19라는 고통과 위기를 겪고 있다. 힘들지만 서로 사랑하고 다독여주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작고 소소한 사랑을 담아서 선물하면 더 좋은 세상,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 하고 미소를 지어본다. 오늘따라 딸기와 나선 산책길 위에 함박눈이 큰소리로 대답을 한다. “맞아요. 응원해요” 희망의 메아리가 넓게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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