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심곡사가 2일 오후 5시 경내 떡목공연장에서 ‘떡목음악회’을 개최한다.
9월 초로 준비했던 행사를 태풍이 분다는 기상예보로 연기됐다가 열리는 이 자리는‘해가 지니 달이 떠오르더라’라는 주제로 꾸며지는 이번 음악회에는 해마다 여는 심곡사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별칭은 ‘가을이 오는 소리’이다. 심곡사는 가을의 고즈넉하고 선선한 기운을 선사하려 한다. 지난 해와 같이 개그맨 박범수의 사회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는 가수 위일청, 신효범, 최호섭, 맹상훈, 나현아, 명창 임화영, 엄지연, 김연택, 임세미 등이 출연한다.
판소리는 성음 예술’이라고 한다. 청중들이 성음만 듣고도 사설에 담긴 온갖 희로애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떡목’이란 듣기에 몹시 빡빡하고 탁한 성음을, ‘양성’이란 소리에 그늘이 없고 깨벗어서 지나치게 맑은 성음을 가리킨다. ‘철성’은 동폋제의 소리처럼 쇠망치와 같이 견강하고 딱딱한 소리를, 쉰 목소리와 같이 껄껄하게 나오는 소리를 ‘수리성’이라고 한다. 판소리에서는 떡목과 양성을 변화와 그늘이 없다고 해서 매우 나쁜 성음으로 보며, 오히려 철성이나 수리성을 좋은 성음이라고 한다. 수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맑은 느낌을 주면서 애원성(哀怨聲)이 낀 소리를 ‘천구성’이라고 해서 최고로 친다.
익산 심곡사는 2012년부터 정정렬명창득음기념공연장에서 1회 떡목음악회를 개최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 심곡사 떡목공연장은 정정렬 명창의 득음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4월 건립됐다.
그는 소리꾼으로 대성하기에는 아주 치명적인 조건이지만, 오랜 공력으로 다듬어 내면 거칠면서도 힘이 있고 소리의 극적인 면을 살려낼 수 있다. 근세 5명창으로 꼽히는 판소리 국창 으로 익산시 망성면 출신인 정정렬(1876~1938)이 대표적인 예다. 심곡사는 정명창이 소리에 매진하며 수련한 곳이다. 그래서 얻어지는 경지를 ‘성음을 얻었다’라고 하며, 다른 말로 ‘득음'이라고 한다. 과거엔 학습 10년, ‘독공(獨功)’ 10년, 유람 10년 등 30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비로소 한명의 명창이 거목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소리를 얻는 것을 '득음(得音)'이라 하지만, 그 득음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노력은 가히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것이기 때문에 ‘독공(獨功)’은 곧 ‘독공(毒恐)인 셈이다. “독공이란 것은 스스로 독을 마시는 것과 같아. 그래서 목에서 피가 넘어오지. 터진목에 예닐곱 번은 그렇게 터지고 아물어야 혀”
이 산사음악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곡사의 정취와 수준 높은 공연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면서 구름 관중이 몰려드는 등 익산을 대표하면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깊어만 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통해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가득 느끼길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