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색다른 맛에 대한 호기심 반, 맛있다고 느끼는 기호도 반으로 한국 레스토랑을 찾는 외국인들이 들어나고 있다. 그들이 한국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는 한국 음식의 영양가와 건강에 대한 우수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맛의 다양함과 독특함, 그리고 그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맛 때문이다.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좋아하는 ‘맛있다’는 맛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의 혀에 맛 수용체가 있어 식품의 맛물질과 결합하여 화학적 감각을 일으키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과 같은 5가지를 기본맛일까? 고춧가루에 기인하는 매운맛 때문일까?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한 두가지 화합물에 의한 단순한 맛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발효나 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입안에서 착착 감기는 깊고 오묘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전라도 표현으로는 ‘개미있다’는 맛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 맛이다. 전라도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오랜 시간의 공력과 정성, 즐기는 사람의 기쁨 등을 포함한 사람들의 삶에서 자연스레 녹아난 참맛을 이를 때 ‘개미있다’는 말을 쓰며 발효과정이 시간을 더해 곰삭았을 때 음식 맛을 보고 나서 발하는 토속 언어로 단맛, 찐맛, 신맛, 쓴맛, 감칠맛 등의 5가지 기본맛이 잘 어우러지고 그 무엇인가 플러스 알파가 있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맛을 표현할 때 이런 표현을 썼다. 

2010년부터 일본에서는 kokumi를 5가지 기본맛 외에 "여섯 번째 맛 후보자"로 주목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맛물질과 맛수용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맛물질과 맛수용체를 밝혀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풍부한 맛, 맛있는 맛 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일본어 kokumi는 풍부한(koku)와 맛 (mi)으로 구성되어 있다. Kokumi는 실제로 그 자체로는 맛이 없으며 칼슘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맛을 향상시키는 감칠맛과는 다른 일종의 풍미증진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kokumi에 대한 연구와 우리말 표현으로 깊은 맛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개미’를 비교해 보면 우리 입맛체계에서 느껴지는 개미가 좀 더 확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삭힌 홍어의 맛은 암모니아가 내는 시원한 맛에 발효취가 더해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내며 이것이 처음에는 범접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먹으면 또 먹고 싶게 하는 중독성과 매니아 층을 형성하는 맛을 가지게 한다. 김장 끝 무렵이 되었을 때 처음에는 쓴맛이 강하던 고들빼기김치가 곰삭아서 젓갈의 감칠맛과 짜고, 달고, 시고, 쌉싸르한 맛이 어우러져 표현하기 어려운 맛에 도달했을 때 전라도 지방의 어머님들은 ‘개미있다’는 말을 썼다. 



개미있는 맛은 단순히 단맛, 찐맛, 감칠맛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쓴맛과 매운맛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김치도 잘 숙성된 김치보다 겉절이나 막 담근 생김치를 더 좋아하고, 집에서 담근 된장, 고추장보다는 사먹는 된장, 고추장에 익숙하고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발효식품을 자주 접할 수 없다보니 발효식품의 참맛에 대한 경험이 없는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개미를 그냥 ‘맛있는 맛’정도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한다. 개미는 오랜 기간 곰삭아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본맛이 어우러지는 맛의 균형성과 맛의 증폭을 가져와 입안에 그 오묘함이 남아 기쁨을 주는 맛이다. 사전이나 신문가사, 방송 등에서 전라도 음식의 맛을 표현할 때 쓰는 ‘개미’는 표현도 1990년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기 전에 우리 음식 맛의 본질이며, 특히 전라도 음식의 참맛인‘개미’에 대한 연구가 하루빨리 진행되어 개미의 맛물질 규명과 수용체가 밝혀져‘kokumi'가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자량하는 한식의 맛의 본질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