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난이도 지난해와 비슷… '단 하루의 평가' 우여곡절 속 수능 끝

정읍 호남고 영어듣기평가 도중 방송기기 고장, 정읍서 한 학생 3교시 후 전자시계 소지해 적발

기사 작성: 최정규 기자 - 2017.11.23 19:10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을 마중나온 어머니가 손을 잡아주며 밝게 웃고 있다. /오세림 기자

어쩌면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이날을 위해 책상 앞에 앉았는지 모른다. 대학의 수시 모집 비중이 늘면서 예전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분위기지만 수험생인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달린 ‘단 하루의 평가’다.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9년, 아니 그보다 몇 년 씩 더 시험을 준비했을지 모르는 수험생들이 전북지역 각 수험장에 모습을 보였다.
전주영생고등학교 앞에는 영하 수준까지 떨어진 기온 탓에 수험생들이 두터운 옷차림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종종 걸음으로 입실을 서둘렀다.
학부모 이모(54·여)씨는 “그동안 고생했다. 오늘 컨디션 괜찮지?”라며 아들에게 마지막 격려를 했다. 아들이 입실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자 어머니는 두 손을 모아 누군가에게 기도하고 또 빌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선배를 위한 후배들의 응원 모습도 적지 않았다. 영생고 앞에는 후배 10여 명이 ‘만점기원! 찍어도 정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모(18)군은 “지진 여파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선배들이 마음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인근 전주대사대부고 앞에는 호남제일고에서 응원을 나온 후배들이 보였다. 얼어붙은 손을 녹이라는 뜻에서 손난로를 전했다. “형! 시험 잘보세요”라는 응원과 함께.
이모(17)군은 “2년 후에는 나도 시험을 보는데 후배들이 응원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면서 “너무 춥지만 친구와 함께 선배를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매년 수능일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일이 있다. 올해도 수험장에 늦지 않기 위해 경찰의 도움을 받는 일이 여기저기서 생겼다.
오전 7시38분께 경찰은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험생 A(19)군을 수송했다. 시험장을 착각한 경우도 있다. 오전 7시48분께 전주사대부고가 시험장인 B군은 전북사대부고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해서야 시험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경찰에 연락해 “수험장을 잘 못 왔다. 전주사대부고로 데려 달라”고 요청했고, 다행히 본인의 자리를 찾아 응시했다.
수험장을 집 근처로 바꿔 응시한 경우도 생겼다. C군은 오전 8시께 전주 송천동 솔내고에 전화를 걸어 “시험을 봐야하는데 고사장이 멀어 시간 내에 입실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이 학교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도교육청은 이 학생의 집 근처인 전라고에서 응시를 허용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능을 못 보는 것 보다는 가까운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읍 호남고에서는 영어듣기평가 도중 방송기기가 고장 났다. 때문에 오후 1시10분부터 시작돼야 할 듣기평가가 제 때 진행되지 못했다. 방송기기가 작동하지 않자 감독관은 학교에 설치된 시험본부에 보고한 후, 학생들을 대기토록 했다. 시험본부는 오후 1시27분부터 학생들에게 필기시험을 우선 보도록 했다. 사고로 이 수험장의 시험은 모두 20분씩 뒤로 미뤄졌다.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도 있었다. 정읍에서 한 학생은 3교시 한국사 시험 후 전자시계를 소지해 적발됐으며 탐구영역 선택과목 응시 방법 규정을 위반한 학생 2명이 각각 전주와 부안에서 적발돼 무효처리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날 전북지역 수능 응시자는 2만557명이다. 이 중 국어 2,521명, 수학 2,014명, 영어 2,319명, 한국사·탐구영역 2,395명이 결시해 총 11.65%의 결시율을 보였다. /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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