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은 장미과의 벚나무속 벚나무에 피는 꽃이다. 한순간 화려하기로는 벚꽃에 비길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벚나무를 심고 축제를 연다. 남원의 요천, 정읍천, 왕궁리유적 등은 우리 지역 벚꽃 명소이다. 그리고 마이산에 핀 꽃잎이 흩날리면 한반도의 벚꽃엔딩이 된다.
명소마다 개화 시기에 관심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피는 시기가 좀 다르기 때문이다. 3월 기온이 따뜻하면 빠르고, 추우면 늦게 핀다. 그래서 만개 시기를 맞춰 행사를 치르기가 어렵다. 전군가도 벚꽃이 절정인 시절 벚꽃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가 꽃이 없어 민망했던 적도 있었다.
개화 시기는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자기 집에 꽃이 피었다고 해서 개화 시기라고 하지 않는다. 기준은 기상관측소의 계절 관측목이다. 관측목에 꽃이 피어야 공식적으로 개화를 인정한다. 1932년 세워진 서울기상관측소를 비롯해 전국 23곳 기상관측소에 관측목이 있다. 나무에 꽃이 세 송 이상 피면 개화, 80% 이상 피면 만개라고 한다. 관측목은 거리를 측정의 기준인 도로 원표와 같은 기능이다.
우리 조상들은 벚꽃보다 매화를 더 사랑했다. 사군자의 하나로 여기고, 아취고절이라 하여 가까이 두었다. 또 화전놀이는 진달래였고, 꽃놀이는 복숭아꽃이나 살구꽃을 선호했다. 그래서 복숭아꽃이 피면 북둔인 성북동으로, 살구꽃이 피면 이름도 살구마을인 행촌동 필운대(弼雲賞)로 갔다.
그렇다고 벚나무를 멀리한 것은 아니다. 효종은 북벌을 계획하면서 활을 만들 궁재(弓材)로 수양벚나무를 우이동과 장충단에 대량으로 심었다. 고려시대에 만든 팔만대장경 목판 절반 이상이 벚나무이다. 꽃을 완상하기보다 실용적인 면으로 벚나무를 본 듯하다.
우리 땅 여기저기 벚나무를 심은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민족정기를 말살하려고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 일본인들이 즐기려는 의도가 컸다. 일본인들은 벚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벚꽃을 일본 국화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 황실의 상징은 국화이다. 일본 여권에도 국화가 새겨져 있으니 국화가 일본의 상징이다. 물론 경찰과 자위대의 휘장은 벚꽃을 쓰기는 한다.
벚꽃을 사랑해서인지 일본 예술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마지막 장면에는 지는 벚꽃잎처럼 쓰러져가는 사무라이들이 등장한다. 일본인들은 ‘벚꽃은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낙화 중 제일 예쁜 꽃잎이 벚꽃이기는 하다. 꽃받침에 묻혀 있던 붉은 빛이 드러난다.
사쿠라는 ‘배신자, 가짜’의 의미로도 쓰인다. 벚꽃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화려함에 비해 열매를 먹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거짓으로 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기 색깔이 벚꽃을 닮은 말고기를 ‘사쿠라니쿠’라고 부른다. 일부 상인들이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팔곤 했다. 그래서 관용어로 배신자 ‘사쿠라’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슬픈 벚꽃 비유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이 주로 남쪽에 몰려 있어서다. 꽃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벚꽃이 절정이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벚꽃에 취해도 좋은 봄날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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