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이익과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조직된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전교조 전북지부)가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부안 상서중학교 고(故) 송경진 교사가 성희롱 혐의로 전북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취임 후 대외적 활동이 크게 줄어든 전북교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는 것은 물론, 교육부에 조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김 교육감 취임 후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등을 꾸준히 해왔던 전교조 전북지부는 송 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 성명도 없는 상황이다.

전북교총은 송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9일이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학생인권센터의 조사 과정이나 결과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며 “사법 당국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권센터가 실적 위주의 무리한 조사를 벌였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경찰에서 내사 종결된 경미한 사안을 굳이 추적해가는 일이 센터의 역할이라면 도교육청 차원에서 존재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오한섭 전북교총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주로 성명이나 논평을 내는데 동참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했는데, 이번 송 교사 사건은 지역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성명이나 감사 요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총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교원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양 단체에 가입된 교원은 전북교총 6,000여 명, 전조교 전북지부 4,000여 명이다. 두 단체만의 규모로 볼 때 전체 교원단체 가입 교원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전교조 전북지부는 김 교육감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의 교육부와 법정 다툼을 하거나 고발당할 때 심심치 않게 성명을 내거나 중앙 정부를 비판해왔다.
김재균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유가족과 학생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힐까 걱정돼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며 무반응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사건의)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고 유족 측이 제기한 강압과 교권 침해는 한쪽의 주장이라 사실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경찰 내사 종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명확한 사실 관계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육부 감사 결과 등에 따라 성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부안여고 체육교사 성추행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지난 6월 해당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어 “고질적인 사립학교법의 문제”라고 꼬집으며 “철저한 감사와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철저한 감사와 함께 고발한 학생들이 2차, 3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후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추행과 관련해 연이어 발생한 사안을 놓고 불과 두 달 전에는 적극적인 성명을 내놓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하고 있다.
김 교육감도 이번 사건에 대해 부교육감과 인권센터를 내세우고 있을 뿐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다. 간부회의 등을 통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도교육청도 송 교사 사건과 관련한 교육감의 직접적인 지시나 발언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나름대로 절차를 지켜가며 충실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부교육감이 사태를 총지휘하고 있고, 지난 기자회견 때 김 교육감의 뜻을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조사를 하면 (사건과 관련한)녹취록과 자술서, 학생 진술서 등을 제출하겠다”며 “다른 의문점들은 교육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김 교육감이 주도하는 확대간부회의 내용 중 일부를 김 교육감의 뜻으로 자주 언론에 발표해왔다. 지난달에는 부안여고 교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철저하게 학생의 입장에서 감사를 하라”는 내용과 “사학 비리를 잡아내기 위해 사랍학교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언론에 알렸다. 김 교육감은 학생의 인권과 함께 교권을 누구 보다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권동혁·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