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작은도서관 질적 향상은 독서토론

기사 작성: 오정화 전주시의원 - 2014.09.22 20:35

필자는 1990대 중반에 어린이전문서점을 경영한 적이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좋은 그림책을 사 주고 싶었지만 그때는 지금과 달리 일반 서점에서 아이의 정서와 교육에 적합한 양질의 그림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중에 “초방”이라는 서점을 알게 되었고,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직접 서점을 경영하였다.

책은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양서와 부모 교육서로 갖추어 놓았으며, 서점 바닥에 카펫을 깔고 큰 책상과 앉은뱅이책상을 배치하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길을 지나다가 들어와 책을 보기도 하고, 방과후 집에 가면 자기를 반겨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 부모가 퇴근할 시간까지 이곳에서 책을 보며 놀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방과후 교실이나 학원이 대세가 아니었던 때였다.

책을 사러 오는 부모들 중에는 내게 자녀를 위한 독서법과 독후활동, 자녀교육에 대한 자문을 해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자녀들에게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월요일반부터 금요일반까지 오전에 어머니들이 모여서 그림책 공부, 동화책 공부, 부모교육을 하였다. 배운 것을 집에 돌아가서 자녀들에게 적용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모이면 한 주 동안 적용한 사례를 나누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에게 보여줄 그림책을 엄마가 먼저 읽고 회원들이 함께 토론하고 적용할 부분을 나눈 후에 각 가정에 돌아가 자녀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필자가 경영한 서점이 바로 “작은도서관”의 역할이었으며, 그때의 공부모임이 바로 “독서토론모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도서관은 2004년 일부 기업 등의 후원 등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2009년 도서관법 개정 이후 '마을문고'가 '작은도서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12년 작은도서관 진흥법 제정에 힘입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3,951개로 공립 894개(23%), 사립 3,057개(77%)이며, 2014년 현재 전라북도의 작은도서관은 229개에 이른다. 이처럼 작은도서관의 수가 증가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은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수준의 향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작은도서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작은 도서관이 있는 지역 주민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선정하여 그 분야의 책을 구비하고 함께 읽

고 토론하고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각 독서모임의 운영과 토론 진행과 참여자로서 역할을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독서토론진행자 양성과정을 개설해서 먼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독서모임 운영을 작은도서관 관리자가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하고 싶어도 자신감이 없거나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몰라서 망설이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서토론 진행자와 운영자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들이 중심이 되어 독서토론모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모임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면 이 분들이 리더가 되어서 연령별로, 주제별로 또 다른 독서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한다. 독서토론 진행자들이 독서모임을 하고 그 안에서 배운 것을 또 다른 독서모임에 전파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독서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독서토론 모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독서모임을 만들려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하며 봉사하는 즐거움과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나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정성을 기꺼이 기부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모임을 통해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독서습관을 가지고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볼 때 마치 자기 일처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독서모임 운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서 변화되는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독서모임 운영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물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다수 참여할수록 효율적이다. 봉사하는 즐거움, 자기 소명을 다하는 즐거움이 독서모임 운영의 즐거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재화와 가치의 교환도 있지만 ‘선물’의 이상 추구도 가능하다. 독서토론 모임운영은 ‘선물’과 같은 것이다. 운영자에게도 회원에게도 서로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는 기쁨을 나누고 누릴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이 매개체 역할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인구는 줄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시민독서동아리 활성화’라는 전주시장의 지시사항에 따라 독서동아리 활성화를 위해서 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독서토론 진행자 교육 과정이 계획되었다. 필자가 그 때부터 지금까지 교육과정을 설계하여 독서토론 진행자 양성을 위한 “독서토론 코칭” 강의를 하고 있다. 이 과정의 수료자들이 중심이 되어 현재 여섯 개의 독서토론 모임이 만들어졌고 각각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독서법, 독서토론법, 글쓰기, 독서치료, 독서모임 운영 및 회원관리 등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의 내용의 일부는 “책에게 말을 걸다”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으니 작은도서관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하고자 하는 분은 참고하길 바란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는 빌 게이츠의 말을 특별히 인용하지 않더라도 나는 물론 우리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작은도서관에서의 독서토론 모임이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아빠! 어디 가?”

“응, 우리동네 작은도서관으로 독서토론 하러 가지.”

(2013년 작은도서관에 기고한 글을 일부수정하여 올립니다)

/오정화 전주시의원

오정화 전주시의원은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HIS University 겸임교수, HOME 상담교육센터 대표, 독서경영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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