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과 2002년 1월에 발생한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는 그동안 여성단체가 주장했던 성매매여성의 희생과 인권유린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냈고 그 결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2004년 9월 23일부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그해 11월까지 경찰은 성매매 업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고 그 결과 공개적으로 성매매 행위가 이루어지던 성매매집결지가 축소되거나 폐쇄됐다. 지난해 여성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정부의 특별단속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공공연하게 성매매알선이 이루어졌던 성매매집결지의 업소는 특별법 시행 이전보다 36.2%, 종사자는 50.9%로 줄어들어 성산업의 규모가 축소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도내 역시 마찬가지로 성매매 및 인권유린업소에 대한 단속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성매매업소와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 /편집자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 12개 여인숙에서 24명의 여성들이 성매매를 했던 정읍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여인숙 밀집지역. 두 곳의 여인숙만이 간판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다.

2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인 전주 선화촌(전주 남부시장 내)과 선미촌(전주시청 뒤)의 업소와 종사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 2개 지역의 업소가 지난 2004년 91곳에서 올 10월말 현재 81곳으로 줄었고 종사자 수도 214명에서 74명으로 줄었다. 업소는 약 11%, 성매매 여성은 약 65% 감소한 셈이다.

△군산, 화재참사 후 성매매 감소=두 번의 화재로 성매매 여성 14명이 희생된 군산 개복동과 대명동의 경우에는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2000년 대명동, 2002년 개복동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58개의 업소가 있었으나 올해에는 6곳으로 무려 90%가 없어졌다.

현재는 6곳에서 18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다시 찾은 군산 개복동과 대명동 일대에는 예전의 좁은 길을 어지럽게 비추던 홍등과 호객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드문드문 검은 커튼에 가려진 업소에서 희미한 불빛이 세어나와 영업이 근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게했다.

6곳의 업소를 10여 명의 여성이 지키고 있을 뿐 이곳을 지나는 남성은 찾아보기 힘들어 스산한 골목의 분위기를 더했다.

한 호객여성(28)은 “애가 있어서 일정한 생활비가 필요한데 요즘 같아서는 손님 한 명 받기도 힘들어 생계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읍 방석집은 옛 명성만=지난 2002년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가 정읍시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을 조사한 결과 천주교 뒷골목 일대의 맥주양주·방석집에는 33곳의 업소에서 103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었고 연지동 시외터미널 주변에는 12곳의 여인숙에서 24명의 여성이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9개의 업소에 24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정읍경찰서 밝혔다. 단속을 담당한 한 여경의 ‘예전엔 한 번 단속을 나가면 3시간 이상 소요됐지만 지금은 길어야 2시간이면 끝난다’는 말에서도 특별법 시행 이후 급격하게 축소한 정읍 성산업의 현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최근 다시 찾은 이 일대에는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 여파로 성매매 여성과 성구매 남성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여인숙이 연지동 골목에는 한 곳의 방석집이 간판에 불을 켜고 있을 뿐 이곳과 여인숙을 찾는 이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 십개의 방석집이 밀집돼있던 시기동 천주교 뒷골목 역시 5∼6개의 업소 간판에 불이 들어왔으나 호객 행위가 금지된 탓에 밖으로 나와 남성을 끄는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따금 택시 기사가 술 취한 손님을 업소에 데려다주고 알선료를 받아가는 장면, 차가 지나가면 안에 있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손님과 함께 2차를 가기 위해 가게를 나와 인근 모텔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정읍 성폭력 상담소 김지연 상담원은 “성매매 여성에 관한 상담이 2004년 7건에서 올 10월에는 5건으로 감소하는 등 정읍지역의 성매매 산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특별법 시행 이후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일반인에게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재수·소수정기자 sjso@sjbnews.com /사진=이원철기자 kppa3@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