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메아리]소비쿠폰, 그 보상의 역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07일 14시26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가지원금, 이른바 소비쿠폰은 소비를 통해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되었다. 처음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정책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국민으로 하여금 소비를 진작시켜 소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활로를 열어주고자 하는 자애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로서의 역할도 기대했다. 물론 이를 통해 많은 영세 상공인들과 국민들의 가정에 혜택이 돌아갔다. 좋은 일이다.

우리 국민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소비쿠폰은 소비 진작, 경제 활성화 등과 같이 반드시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책의 역효과도 존재한다. 보상의 역설이란 개념을 독서치료사 신경숙은 에드워드 데시 교수의 ‘큐브풀이’ 실험을 예로 들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교수인 에드워드 데시는 1960년 말에 대학생을 상대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른바 큐브실험이다.

그는 먼저 실험 대상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개인적으로 30분간 큐브를 맞추게 하였다. 이때 한쪽 집단은 블록을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을 주었다. 다른 쪽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후, 그들 모두에게 8분 정도를 실험실에 남겨두고서 큐브 놀이를 얼마나 더 지속하는지를 관찰하였다. 물론 실험실 탁자 위에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잡지를 놓아두고서 그들이 큐브 놀이를 할 수도 있고, 잡지를 볼 수도 있게 했다. 만약 혼자 있는 시간에도 큐브 놀이를 한다면 그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내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처음부터 아무런 보상 없이 퍼즐을 즐긴 집단의 학생들이 훨씬 장시간(長時間) 큐브에 흥미를 보였고 몰입도 역시 높았다.(신경숙, 『성모님의 군단』, 2005.8월호, pp.21〜22.)

보상의 역설(Paradox of Reward)이란 개념은, 외부 보상이 오히려 내적 동기를 저해하여 성과를 감소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상은 사람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일정한 물질적인 보상인 금전이나 정신적인 보상으로 칭찬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에게 외부에서 보상이 주어지면 자기 행동이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게 되어, 보상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내적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돈이나 상장 등 외부 보상이 주어지기 시작하면 그 아이는 그리기를 보상받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어,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빼앗길 수도 있다. 에드워드 데시는 1999년 「보상의 효과」라는 글에서 학계의 논문 128편을 분석한 뒤 “실체가 있는 보상은 어떤 형태이든 내적 동기를 낮춘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신경숙, Ibid, pp.22〜23).

댓가를 바라고 신(神)께 기도한다면, 그것 역시 기도의 순수성이 훼손된다. 댓가는 마치 신이 내린 선물과 같지만, 그것은 선물이 아니다. 댓가를 바라고 일을 하면 그것은 ‘당근’에 대한 일종의 중독증상이랄 수 있다. 에드워드 데시가 여러 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보상은 내적 동기나 자발성이 훼손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행동에 대한 열정을 갖기 힘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은 조심스럽게 시도해야 할 일이다. 섣부른 보상은 자칫 사람들로 하여금 일의 의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국가 지원의 소비쿠폰은 두세 번은 좋았다. 그러나 네다섯 번은 조심스럽게 시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리 마음속에서는 연속해서 4차, 5차 지원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당근 중독증상으로 말미암을 수도 있고, 혹은 우리 마음속에 게으름과 의타심이 스며듦으로 말미암을 수도 있다.

돌이 지난 아이는 여러 차례 넘어지면서도 일정 시일이 지나면 마침내 일어나서 홀로 걷는다. 넘어져서 아파서 울지라도, 그래서 몇 번 더 울지라도, 자꾸 넘어지던 아이는 나중엔 스스로 걷는다. 우리도 넘어지더라도 일어나서 걷는 아이처럼, 우리도 일어나 걸어야 한다. 자꾸 넘어질지라도. 이 일이야말로 참으로 힘든 일이다.

어른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공짜를 좋아하는 어리석은 이를 지적하기 위한 격언이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짜 좋아하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해서 미치지(狂) 않으면 미칠(及) 수 없다고도 한다. 어떤 일에 온통 올인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땀 흘려 일해야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모쪼록 우리는 온 열정을 다 바쳐서 일을 열심히 하여 돈을 벌고, 국가의 소비쿠폰은 자그마한 보너스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소비쿠폰 보너스가 돈을 버는 주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전에 닥친 자신의 할 일이 우선(于先)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리해야 돈도 벌 수 있다. 또 일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나아가 삶에 대한 만족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메아리]소비쿠폰, 그 보상의 역설

[사설] 정체성 잘 살리는 축제가 돼야

[메아리]소비쿠폰, 그 보상의 역설

[사설] 진안 원평지 들소리의 가치를 살려야

[온누리]백중(百中)

[전북의 창]지방 대학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

[사설] 전북, 마한의 미스테리 풀리나

[온누리]유머야 변화의 씨앗을 뿌려줘

[사설]피지컬 AI 실증사업비, 찔끔 투자 안 된다

[사설] 이재명 정부 RE100 산단 , 새만금에 반드시 지정돼야

[오늘의 길목]‘니체’의 “주인의 삶”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진안 원평지 들소리 무형유산 가치 처음으로 규명

JTV라디오 다큐멘터리 '슈퍼노바 김명곤', 제52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수상

김재천 부의장, 보육·장애인시설 후원물품 전달식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