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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발견한 미래 소재, 과일 부산물의 새로운 가능성

국립식량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농업연구사 김하윤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8월 12일 13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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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고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기존 산업 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생산성만을 추구해온 산업 패러다임은 기후 위기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이제는 '더 많이'가 아닌 '더 지속 가능하게'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고기능성 소재’다. 그중에서도 식물 유래 나노셀룰로스는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스는 목재나 농작물, 식품 가공 부산물 등에서 얻은 셀룰로오스를 나노 단위로 분해해 만든 천연 소재다. 가공 방법에 따라 플라스틱보다 강도가 높고, 생분해가 가능해 친환경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나노파이버 형태는 넓은 표면적과 점탄성, 투명성, 열안정성을 갖춰 식품 포장재, 의료 지지체, 화장품 원료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나노셀룰로스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 기존 제조 인프라와의 호환성, 그리고 경제성 확보 등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나노 단위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비용 문제는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실 부산물 제로 웨이스트 기반 다용도 소재 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 중이다. 배, 매실, 오미자 등 과일 가공 시 발생하는 껍질, 씨, 과육 부산물은 그동안 폐기물로 취급됐지만, 실제로는 식이섬유, 폴리페놀, 펙틴 등 유용 성분이 풍부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초음파, 효소, 초고압 처리 같은 공정을 적용해 최적의 추출 조건을 찾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기능성 소재로 전환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의 성공이 곧바로 산업 현장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품질의 일관성 확보, 대량 생산 시설 구축, 그리고 기존 제품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 실현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또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관련 규제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 연구의 진정한 의미는 농업의 역할을 확장한다는 데 있다. 농업이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순환경제의 출발점이자 고부가가치 소재산업의 근간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일 부산물이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되면, 농가는 추가 수익을 얻고, 산업계는 지속 가능한 원료를 확보하며, 환경은 폐기물 부담을 덜 수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농산물이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쓰일 수 있는 자원’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적 완성도 향상, 경제성 확보, 사회적 수용성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버려왔던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여정이될 것이다. 나노셀룰로스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자, 농업이 그리는 새로운 가치 실현의 상징적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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