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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보의 분석과 설계’ 식물 기능성 소재 산업화 앞당긴다

농촌진흥청 식물소재바이오공학과 농업연구사 박소영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8월 12일 13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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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여러 생리활성을 가지는 기능성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이 물질들은 식의약,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식물은 고부가가치 물질의 보고(寶庫)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식물 유래 기능성 물질은 자연 상태에서는 함량이 낮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 산업화를 위한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떠오르는 핵심 전략이 바로 오믹스(Omics) 기반의 ‘식물 합성생물학’이다. 오믹스란 유전체, 전사체, 대사체처럼 생명체의 방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식물이 어떤 유전자와 합성 경로를 거쳐 특정 물질을 만드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능성 소재 개발은 오믹스 분석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물질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식별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이들의 기능을 예측‧검증하여 그 결과를 합성생물학에 활용한다. 대표적인 합성생물학 기술로 생명체의 유전자를 절단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들 수 있다.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 기능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식물의 생합성 경로를 개선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벼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성분인 가바(GABA) 함량을 증가시킨 사례는 식물을 개량해 고기능성 식품을 개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맞춤형 유전자 회로를 식물에 삽입해 복잡한 대사 경로를 설계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질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대사 흐름 제어, 세포 내 수송까지 아우르는 고도화된 설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식물체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담배 식물을 이용해 백신 보조제인 QS사포닌과 항암 성분인 빈블라스틴 전구체를 생산했다. 최근 농촌진흥청도 담뱃잎을 활용해 혈관 강화제인 디오스민과 항산화 소재인 크리스에리올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식물 합성생물학은 이처럼 식물을 기르는 대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능성 물질을 생산하는 ‘생물공장(Bio-factory)’으로 전환하려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식량 생산 중심이었던 농업의 역할이 이제는 정밀한 바이오소재 생산 산업의 중심축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4월에는 식물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합성생물학 육성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연구개발 지원, 민간 참여 확대, 안전성 확보 등을 제도적으로 체계화하여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신속한 기술 상용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 합성생물학은 식물에서의 기능성 소재 개발을 현실화한다. 오믹스의 통합 분석으로 특정 유전자가 어떤 물질의 생합성에 관여하는지 밝히는 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며, 이후 유전자 편집과 합성 경로 설계로 물질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오믹스 기반의 식물 합성생물학은 지속 가능한 농업과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기술로 미래 농업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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