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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어제가 구한 오늘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05일 14시28분

우리는 어제를 잊지 말고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열흘만 지나면 80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1910년 8월 22일 나라를 빼앗기고, 1945년 8월 15일 나라를 되찾았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났다. 빛을 다시 찾은 해에 태어난 해방둥이마저도 이제 팔순이 되었기에 그 암흑기를 또렷이 기억하는 이는 날이 갈수록 적어져 기록으로만 그 시간을 기억해야 하는 때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 시절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해 볼 수도 없지만, 다행히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일제 암흑기를 온몸으로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열일곱의 나이로 순절하였던 열사 유관순, 요샛돈으로 6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던 독립운동가 이회영과 그 형제들, 하얼빈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옥중에서 순절하는 그 순간까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였던 의사 안중근, 저 유명한 청산리전투와 봉오동전투에서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백두산 호랑이 홍범도 장군.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의 탄압을 일삼았던 일제의 폭압도 함께 배웠기에 수 많은 열사들이 그토록 장한 결심을 하였던 까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엊그제 읽기를 마친 소설 한 권으로 그 이유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어제의 그들이 그토록 되찾고자 힘썼던 것도, 오늘의 우리에게 선사해 준 것도 ‘자유’라는 것을.

소설은 최근 베스트셀러로 회자되고 있는 톨스토이문학상 수상작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김구 선생님을 도와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할아버지 김태희씨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 김주혜 작가의 저술 동기와 야수들이라는 소설의 제목 덕분에 당연히 일제강점기 만주벌판을 누비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다. 1918년으로 시작하여 1964년으로 끝을 맺는 소설의 큰 줄거리는 독립운동가 정호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뎌낸 민초들의 삶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1945년 8월 해방의 날이었다. “일본이 항복했다!” “한국은 독립국이다!”는 목소리가 쨍하게 울렸던 그날, 주인공 정호가 목 놓아 울부짖으며 알게 된 극도의 환희는 ‘자유’라는 황홀함이었다. 어제의 그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불과 반년 전 우리는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잃고 입틀막 당하여 사지가 들려 나가는 시간을 보냈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수 많은 시민들 덕분에 그 자유를 되찾았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36년간 간난신고를 겪으며 어제의 그들이 되살려낸 자유의 황홀함을 이미 알아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광복절 80주년을 맞이하려니 어제의 그들이 그립고 또 그립다./문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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