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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문화가 깃든 전주시가 되길 바란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19일 14시16분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 전주를 대표하는 여러 슬로건 중 하나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슬로건에서부터 문화를 강조하는 것과 같이 전주는 전국적으로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인식됐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전통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전주가 담아야 할 새로운 모습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이제는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서, 새로운 ‘전주다움’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전주를 한옥과 비빔밥, 전통문화의 도시로 기억한다. 그만큼 전주가 맛과 멋의 고장이라는 명성과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현재의 전주는 전통의 바탕 위에 현대적 생활양식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며 새로운 면모를 다지고 있다. 덧붙여, 전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높다.

전주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다. 골목과 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공연과 예술은 전주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지역 청년들이 그러한 문화를 실제로 누리거나 참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도권에 편중된 문화자원으로 인해 정보 접근과 참여 기회 모두에서 격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환경 속에서 전주의 청년들은 다양한 문화 경험에 접근하기 어렵고, 체감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통로가 열려야 한다. 오랜 시간 전통문화의 중심이었던 전주가 앞으로 K-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문화 접근성과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정책적 기반이 함께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는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높은 도시다. 판소리와 대사습놀이가 오랜 시간 이곳의 문화적 뿌리로 자리해 왔고, 이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예술을 단순한 관람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왔다. ‘귀명창’이라는 표현이 전주 관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것도, 그만큼 문화에 대한 섬세한 반응과 몰입이 생활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민들의 높은 문화 수용 수준에 비해,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공연장이나 복합 문화시설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전주가 단순히 잠시 머물다가는 관광지를 넘어, 머무르고 싶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 기반 시설의 확충과 환경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주의 문화는 인위적인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마을 어귀에서 들려오는 전통 가락, 골목에 붙은 낡은 포스터 한 장에서도 이 도시의 고유한 정서와 기억이 묻어난다. ‘전주다움’은 단지 과거를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시민 누구나 문화의 흐름에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공동의 가치다.

특히, 청년들이 전주의 문화적 자산을 일상에서 온전히 누릴 기회는 충분치 않다. 전주시 전체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중 20, 30대의 유출이 두드러진다. 통계에 따르면 청년 인구는 2023년 말 약 13만 1천여 명에서 2024년 말 11만 2천여 명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단순히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라, 안정적 주거 여건의 부재와 여가·문화 활동 공간의 결핍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삶의 질을 가늠하는 문화적 만족도가 낮아질수록 정주 의지는 약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주시 문화정책이 앞으로 청년 세대의 시각과 수요를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이 도시에 기대를 품고,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앞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하며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자랑스러울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신인철(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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