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논은 무주로, 카카오는 제주로”

-글로컬시대, 물맑고 공기좋은 지방은 최적의 투자처 -AI 3대 강국 도전도 RE100 실현 가능한 지방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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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비응도동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주변에 조성된 풍력발전소와 수상 태양광발전소. 탈탄소,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북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정성학 기자

■ 지방이 희망이다

지방소멸시대를 맞아 글로컬리즘(Glocalism)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계(Global)와 지방(Local)이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글로컬시대는 기업도, 대학도, 지방자치단체도 세계성과 지역성이 공존하며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지방이 소멸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란 기대다. 새전북신문은 창간 25주년을 맞아 그 현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서울보다 지방이 낫다는 다논과 카카오”

세계 최대 유가공사 중 하나인 프랑스 다논은 지난 2009년 무주를 교두보 삼아 한국시장에 진출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다논은 서울이 아닌 인구 2만 남짓한 지방 소도시, 더욱이 첩첩산중인 무주군에 한국법인 본사와 생산공장을 모두 설립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무주의 친환경 청정고원 이미지가 자사의 마케팅 전략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무조건 소비시장이 큰 대도시 주변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여느 식품기업들과는 생각 자체가 달랐다.

그런가하면 1990년대 닷컴 붐을 주도하며 디지털 정보화시대를 열어온 카카오 또한 2012년 임직원들 합의아래 서울에 있던 본사를 멀고 먼 섬인 제주도로 전격 이전해 눈길 끌었다.

창의성이 곧 경쟁력인 정보기술기업 입장에선 서울보다는 제주가 근무환경도, 경영여건도 휠씬 낫다는 판단이다. 정보화시대에 물리적 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즉, 다논과 카카오에게 지방은 최적의 투자처였다. 지방의 특수성을 잘 활용해 세계적인 먹거리나 정보 서비스를 지구촌에 선보이는 일종의 글로컬 경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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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업계 지방에 데이터센터 건설 붐”

이재명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새로운 한 세대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을 설계하겠다는 비전이다.

약 150조 원대에 달하는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이 가운데 30조원 가량을 AI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재 육성과 규제 혁신 등도 전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덩달아 낙후의 상징이자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이 그 투자처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실 정보기술업계의 지방 투자는 이미 시작됐다.

네이버는 강원 춘천과 세종에,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 KT클라우드는 각각 경북 예천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NHN 또한 현대건설 등과 손잡고 광주에 이어 포항에 AI 데이터센터를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국 지방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 챗GPT 개발사로 잘 알려진 미국 오픈AI 또한 지난 1일 삼성, SK와 함께 총 700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중 핵심인 AI 데이터센터 입지는 각각 광주와 포항을 꼽았다.

“차세대 피지컬 AI 실증단지는 전북에”

피지컬 AI의 경우 전북과 경남이 그 거점지로 떠올랐다. 피지컬AI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될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일컫다.

최근 정부는 두 지방을 피지컬 AI 상용화를 견인할 실증사업(2026~30년) 시범사업지로 선정한데 이어, 보다 신속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해 급물살을 탔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국가예산안에는 각각 400억원 규모의 첫 사업비도 세워졌다.

전북지역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5년간 국·지방비 7,500억 원과 민자 2,500억원 등 1조 원을 투자해 도내 일원에 피지컬 AI 실증단지를 조성해 상용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구상됐다.

연구개발은 전북대(주관 기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네이버, SK텔레콤, 리벨리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성균관대 등이 함께 한다. 특화분야는 미래형 모빌리티로 정해졌다.

이를 주도해온 정동영(전주병, 민주당 AI강국위원회 부위원장) 국회 과방위원 겸 통일부 장관은 “새만금 이후 40년 만에 전북이 손에 잡히는 미래산업을 확보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AI 주권 시대, 전북이 대한민국의 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도 전기도 부족한 수도권은 과부하”

이처럼 지방에 AI산업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현상은 갈수록 확대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전체 인구 절반이 몰린 수도권은 이미 기초적인 물과 전기조차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수준의 과부하에 걸린 탓이다.

당장 경기도 용인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만도 호남과 충청권 등 전국 곳곳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친환경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실현은커녕, 물과 전기마저 부족하다보니, 종전처럼 지방에 거대한 댐을 쌓아 물을 끌어오고, 초고압 철탑을 세워 전기를 가져오는 식의 수도권 중심 개발계획을 세운 까닭이다.

이 가운데 RE100용 풍력과 태양광 전력을 문제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넘겨주게 생긴 전북과 충남에선 주민 1,700여 명이 집단소송까지 제기했다.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이다.

굳이 수도권에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지방 주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이다. 이제는 수도권 중심 개발정책을 포기하고 지방 투자를 적극 유도해 국가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지방을 신성장동력 시험무대로 만들자”

지역 정관가 또한 한목소릴 내고 있다. 비수도권 중심의 성장정책, 특히 RE100산업 육성에 있어선 지방을 시험무대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자치도는 현재 그 시범사업 중 하나인 RE100 국가산단 지정에 공들이고 있다. 새만금을 필두로 부안, 정읍, 고창 등지로 확대 지정받겠다는 계획이다.

RE100 산단 지정에 성공한다면 AI,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바이오 등 세계 시장에서 탈탄소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탄력받게 될 것이란 기대다.

현재 전북은 충남과 함께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전국 발전량 대비 각각 16% 가량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RE100이 준비된 곳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새만금은 이미 모든 준비가 돼 있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이나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 있어서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소”라며 “RE100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전북이 그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북자치도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9월 임시회에서 삼성과 SK 등을 향해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단계(미착공) 개발사업까지 새만금 투자를 공개 제안하고 나섰다.

또한 국가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더는 지방 주민들과 싸우지 말고, 친환경 전력이 넉넉한데다 국가균형발전도 촉진할 수 있는 지방에 직접 투자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문승우 의장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탄소중립과 RE100 달성을 필수 조건으로 여기고 있는데 경기도 용인은 그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며 “새만금에 세계 첫 RE100 반도체 단지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경우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달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디딤돌도 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글로컬시대, 지방은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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