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AI와 예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7일 14시25분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노래 한 곡을 선물 받았다. 계절이나 사회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주고받는 것은 일상에 흔하다. 그럼에도 화재로 삼는 이유는 좀 특별해서이다. 그분이 10여 년 전 필자에게 시 한 편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보내 놓고도 잊었던 그 작품으로 노래 만들어 보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작곡도 노래도 모두 AI가 했다는 점이다. 시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서 매우 호소력 있게 들렸다. 같은 노래를 남자와 여자 버전으로 나눠 불렀는데 분위기도 달랐다. 남자는 조성모, 여자는 아이유를 학습시켜서 녹음했다고 한다. 주변에 곡을 들려줬더니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작곡가와 가수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예술 역시 신기술의 등장에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화가들에게 카메라의 등장은 재앙에 가까웠다. 얼마나 실제와 유사하게 그리느냐가 작가의 수준으로 평가되던 때 사진의 출현으로 화가들의 존재 가치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진을 영혼을 담은 예술이 아니라 기계적 복재라며 폄하했다. 그러나 사진의 작품성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진이 화가들을 이 세상에서 몰아냈을까? 화가들은 표면의 현상보다 내면의 사유로 파고들었다.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추상화로 나아가는 계기를 열었다. 그뿐 아니라 인상주의 등 현대미술로 발전하게 만든 촉진제 역할을 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겪는다. 축음기의 발명으로 공연에 설 음악가들의 자리가 줄었다. 굶어 죽을 위기라며 레코드를 부수는 등 극렬한 저항으로 맞섰으나, 시대의 변화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후 음악가들은 정말 굶어 죽었을까?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 더 널리 확산되고 대중화되는 길을 열었다. 예술인 중 가장 많은 부를 누리는 집단이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AI는 이제까지의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조작을 넘어 창작까지 손쉽게 한다. AI에게 상황을 설정하고 시나 소설을 써달라고 하면 금방 결과물이 나온다. 화가 제이슨 앨런이 AI를 이용해 제작한 그림이 2022년 콜로라도 스테이트 페어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기계가 예술을 파괴한다’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었다.

프로그램만이 아닌 로봇의 등장은 더 무섭다. AI 로봇 화가 ‘아이다(Ai-Da)’는 직접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었고, AI 로봇 음악가 ‘시몬(Shimon)’은 5,000곡 이상의 음악과 200만 개 이상의 음악 모티프를 학습하여 즉흥 연주를 펼치고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융합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인간은 더 크고 넓은 사유의 경지로 나가야 한다. 단순 작업은 물론 어설픈 창작으로는 AI를 이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예술의 위기라고 하는 건 섣부르다. 예술가의 위기일지언정 예술의 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술이 결국 이제와는 다른 세계를 개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AI를 부려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미래의 예술가가 기다려진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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