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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시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2일 15시02분

최근 우리가 만든 전차와 자주포가 폴란드에 수출되고 페루에는 장갑차를 수출하였다. 육상 무기뿐 아니라 필리핀에 호위함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하였으며, FA-50으로 불리는 경전투공격기도 주요 판매 품목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경남 사천 하늘에서는 연일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위한 시제기 KF-21 6대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얼마 전에는 거제에 있는 조선소가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MRO 사업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박수받았다. 폐선이나 다름없어 보이던 군함을 6개월 만에 말끔히 수리하여 인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비해 조선 능력이 떨어져서 제때 필요한 군함을 건조하지 못하고 수리 또한 지연되기 일쑤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뛰어난 조선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 조선소들은 장차 미 해군의 군함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발전이 이 정도였던가, 우리 자신도 놀랄 정도다. 과거엔 무기 수출을 꿈도 꾸지 못했다. 산업 자체의 역량이 미비했고 해외에 우리 비행기, 군함, 잠수함, 전차, 자주포, 장갑차를 수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하고 세계는 한국의 역량을 눈여겨보고 심지어 경계하기조차 한다. 차질 없는 생산과 빠른 납품, 그리고 후속 군수지원에 혀를 내두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 때문이다. 세계가 냉전을 끝내고 평화 분위기에 젖어 재래식 무기의 개발과 생산에 소홀할 때, 우리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느라고 방위산업으로부터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6.25 전쟁의 경험 때문에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재래식 무기의 개발과 생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열대 관상어를 수입하는 업자가 있었다. 관상어를 수조에 넣어 실어 오는 동안 죽는 경우가 많아 골치 아팠다. 궁리 끝에 관상어의 천적 한 마리를 넣어두었더니 몇 마리만 잡아먹혔을 뿐, 대부분 건강하게 생존하였다고 한다. 관상어 무리 속에 천적 한 마리가 들어옴으로써 관상어들이 바짝 긴장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다.

이런 자연의 법칙은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북한의 존재 때문에 방위산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던 결과, 어느새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세계 강국이 된 것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하면 부쩍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지역은 이러한 활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의 표밭 역할을 하다 보니 정치인들은 당내경선에만 온 힘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후보로 확정되기만 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일 테니 지역주민들 눈치 볼 일도 없다. 중요한 것은 당내경선이다. 여기에 온갖 권모술수와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이유다.

동일 정당 출신들로 구성된 의회는 긴장감이 없고, 단체장도 한 식구나 마찬가지이므로 견제하는 데 소홀하다. 한 마디로 열대 관상어들이 수조 속에서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것처럼 우리 지역도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무엇인가 대책이 필요하다.

수십 년 동안 한 정당만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온 결과 우리 지역이 어떻게 되었는지 돌아보고, 유권자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치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고 지역소멸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계속 표를 몰아준다면 지역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고 본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낙후를 면치 못했듯 앞으로도 그러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고 안으로부터 찾아보자.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지역민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다. 전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우리 지역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흐르고 있다는 징조다.

대낮의 올빼미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소설가 박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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