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전주 삼천동 계룡리 합굿을 전주대표축제로 육성하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9일 13시28분

전통문화도시 전주에는 전통축제가 없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략을 세웠고, 그 이후로서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브랜드화하는데 노력해왔다. 그런데 전주 한옥마을 외에 대외적으로 보여줄 전통축제도 없고 가장 한국적인 축제도 없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요, 조선왕조의 본향임에도 불구하고 후백제와 조선왕조의 전통을 계승하는 축제가 없는 현실이다. 역사속에서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하드웨어 관광브랜드로 명성을 갖고 있지만, 전통문화도시 전주와 동반하는 소프트웨어 관광브랜드로서 전통축제가 없다. 지난해에는 정체성도 없는 잡동사니 축제들을 묶어서 전주페스타라는 통합축제를 했으나 실패하였다. 전주페스타의 실패 요인은 전주시가 주도적으로 급조한데서 비롯되었다.

전주는 그렇게 허접한 도시가 아니다. 고려시대 전주의 지방관리인 장서기로 내려왔던 이규보(1169-1241)는 『동국이상국집』에 전주제성황치고문(全州祭城隍致告文)과 전주제용왕기우문(全州祭龍王祈雨文)을 남겼다. 전주제성황치고문에는 5월 단오절(음5.5)에 전주 성황제를 성대하게 지냈다는 기록이 기술되어 있고, 덕진연못은 1970년까지도 수만명의 단오물맞이 인파가 몰려들어 단오난장이 터졌었다. 전주제용왕기우문은 음력 4월 초파일(음4.8)에 덕진연못에서 덕진용왕에게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왕굿의 전통이 19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전주 단오물맞이와 4월초파일 용왕굿은 최근까지 덕진연못에서 명맥을 잇는 듯 하였으나, 전주시의 무관심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전주 단오절 성황제와 단오물맞이와 전주용왕굿의 명맥이 흐지부지되는 배경에는 한마디로 전주시의 무형유산지원 정책이 없음을 말해준다. 전주에는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잡고, 아시아태평양무형문화센터가 자리잡고 있음에도 전주시가 육성하는 무형문화유산은 전무한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전주시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63호 전주기접놀이가 있다. 전주기접놀이는 2016년도에 제57회 전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경향각지로 초청공연을 다니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전주기접놀이전수관이 건립된 이후에 초등학교 학생들과 일반인, 관광객들이 전주기접놀이를 연수받으려고 몰려오고 있다.

전주기접놀이는 전주 삼천동 계룡리에서 수백년간 전승해온 백중절 합굿이 본질이다. 기접놀이가 아니라 합굿이 맞다. 계룡리 합굿은 함대, 용산, 정동, 비아 네 마을이 강녕뜰에서 여름철 벼농사짓는 과정에서 물코싸움과 기싸움 등으로 생겨난 서운한 감정과 갈등과 앙금을 해소할 목적에서 4개 마을이 화해와 화합의 공동체정신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매년 백중절에 개최해왔다. 4개 마을은 각 마을 단위의 백중절 만두레술멕이 기간에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주최마을이 다른 세 마을을 초청하여 합굿술멕이하는 관행을 수백년 간 민속문화유산으로 계승해왔다. 합굿술멕이는 주최마을에서 모든 술과 안주, 음식을 장만하여 제공한다.

계룡리 합굿은 4개 마을이 용대기(龍大旗)를 앞세우고 농악대와 두레꾼들이 주최마을에 모여서 서로 용대기를 앞세워 맞절하는 기절맞이굿을 한다. 이어서 각 마을 농악대의 기예를 선보이는 판굿에 이어 4개마을의 합굿을 마친 후에 마을끼리 기놀이 겨루기를 펼친다. 기놀이 겨루기는 용대기들고 달리기와 기수가 용대기를 들고 온갖 묘기를 부리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용대기와 농악대가 합굿을 친 후에 주최마을의 송별인사를 받으면서 4개마을 합굿술멕이는 마치게 된다.

모악산의 지맥이 내려온 계룡산의 산기슭에 각각 삶의 터전을 이룬 4개 마을이 윤번제로 열어온 계룡리 합굿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마을공동체 연대 합굿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집단간 계층간 세대간에 조장되는 대립과 갈등, 반목과 불신, 혐오와 증오가 사회 분열과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서부법원을 습격하고 폭력과 테러가 우려되는 극단주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동정신을 실천하는 공동체생활을 모토로 살아온 민족이다. 계룡리 합굿이 대동굿이다. 계룡리 합굿에는 분열과 대립, 갈등과 혐오 등 사회적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사회통합 정신에 깃들어 있다. 전주시는 전주기접놀이를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방치해놓지 말고, 계룡리 합굿을 국가지정 무형문화유산으로 승격시키고 전주시의 대표적인 무형유산 대표축제로 육성하자. 강릉단오제도 무형문화재였는데, 강릉시가 무형문화도시를 선도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계룡리 백중절 합굿술멕이에 깃든 화해와 화합의 정신은 도시산업사회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전주시는 전통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계룡리 합굿을 전주의 상징적인 대표축제로 육성하기 바란다. 엊그제 용산 함대 비아 정동 4개 마을이 을사년 합동시무식을 가졌다. 주민자치형 계룡리 합굿의 전통축제진흥을 기대해본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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