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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의 언표, 행간 읽기

[책마주보기]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김혜영


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5월 16일 08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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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 낭만주의 사조가 유입될 무렵 프랑스 문학 기조는 엄중한 서사를 바탕으로 했다. 이 에 비해 통속과 순수의 경계를 잇는 이 소설의 문체는 경쾌한 이미지를 추동한다. 그럼에도 계몽주의적 무거움을 탈피한 문체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실내장식가인 주인공 폴은 안정적인 사랑을 찾는 반면 그녀의 연인 로제는 한 여자에게 종속되기보다는 자유를 추구한다. 때문에 폴은 로제와의 관계에서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즈음 스물다섯 살의 수습변호사 시몽이 나타난다. 이 같은 삼각관계 구도가 통속소설로 볼 수 있겠으나 사강은 반계몽적 낭만주의의 맥락으로 치환한다.

폴은 시몽의 젊음과 열정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진심을 밖으로 표출할 수 없다. 예컨대 사랑을 그대로 지나치는 것에 대해, 행복해질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죄라고 발화하는,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싫지 않다. 이렇듯 인물의 심리를 묘파하는 사강의 문체에는 그 시대에 저항하는 언술이 배면한다. 말하자면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주의자인 연인 로제와의 관계에서 오는 상실감 혹은 외로움을 시몽의 사랑을 통해 메꾸어가는 모습인데 젊음과 외로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을 그려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보편적 심리가 투영되어 있다. 폴의 삶에 시몽이 등장한 사건은 자아를 잃은 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한다.

젊고 순수한 청년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했지만, 그녀가 한 번의 이혼과 그동안의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그 사랑을 떠나보내는 결말이 가볍지만은 않다. 사랑의 기쁨이 사라질 수도 있음을 두려워하면서, 방치된 채 외롭지만 버려지지는 않을 것 같은 로제를 선택한 것이다. 결말을 간결하게 마무리함으로써 여운을 더해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 놓는다. 로제와의 미래가 이전과 다르지 않음을 암시하는 문장으로 끝맺음으로써 사랑의 영원성보다는 덧없음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한편 소설의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소설 속 시몽이 연상의 여인 폴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은 실제 인물인 브람스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바라보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브람스는 사랑의 소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선택한다. 말줄임표는 무언의 언표를 내포하면서 낭만성도 함의한다.

낭만은 정체되지 않은 무엇이다. 대상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무한한 상상과 가능성을 내포한다. 거기에는 늘 새로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낭만주의는 개인의 불굴의 의지, 개인의 신념과 이상을 강조하면서 그 이면에는 타인의 의지를 인정하고 관계의 불협화음을 타협으로 유도한다. 인류는 타인의 이상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이상도 인정받을 수 없음을 역사를 통해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에 투영된 낭만주의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은 바로 이 관용과 이해의 정신일 것이다.

사강은 『슬픔이여 안녕』 에서 진정한 지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용어의 라틴어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즉, 라틴어 ‘Intellego’는 행간을 읽는다는 것으로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표현 보다는 상대의 내면에 흐르고 있지만 표현되지 않은 마음의 행간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즈음,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사강의 언어에 깃든 행간을 읽는다.



김혜영작가는



2018년, '수필과비평' 신인상

교육문화회관 강의

디지털배움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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