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한쪽 말만 듣고 끝낸 폭행사건… 부실수사 논란

폭행신고 접수 받고 출동한 경찰
별다른 조사 없이 사건 종결 처리
CCTV에 폭행 장면 담겨…피해자 ‘분통’

기사 작성: 양정선 - 2022년 02월 16일 17시54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폭행사건을 종결한 경찰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가해자 말만 듣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지구대에서 종결 된 이 사건은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며 다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16일 전북경찰청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8시50분께 전주 인후동 한 주점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함께 술을 마시던 두 남성사이에서 술자리 이동 문제 등으로 말싸움이 시작되면서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50대 남성 A씨가 중재에 나섰지만, 되레 몸싸움으로 불똥이 튀었다. 화가 난 B(40대)씨는 A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친 뒤 깨진 병으로 얼굴을 찔렀다.

싸움이 격해지자 주점 주인은 119에 “한 사람이 폭행을 당해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신고를 한 뒤, 이들을 주점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싸움은 계속됐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B씨와 C씨 사이에 다시 말다툼이 시작됐고, 곧 폭행으로 번졌다. 자신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C씨에게 B씨는 3차례 더 발길질을 했다. 이 모습은 사건 현장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 의해 A·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쓰러진 C씨는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A씨는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중이다.

그런데 이날 소방 공조로 현장에 함께 출동했던 지구대 경찰관들은 피해자 등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피해자 A씨는 “출동한 경찰관이 B씨와만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A씨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의 B씨 진술만 듣고 경찰이 사건 처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지구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싸운 것이 아니다’는 답변을 들어 폭행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경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하고 구급차를 태워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119 최초 신고는 ‘폭행으로 인한 심한 출혈’로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 역시 경찰에게 “C씨가 폭행을 당해 쓰러져 있는 상태”라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C씨의 가족 측은 “경찰이 출동했다고 해서 당연히 사건이 처리되고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아무것도 진행되는 건 없었고, 폐쇄회로가 훼손될까봐 가족들이 나서 직접 목격자와 대화하고 CCTV를 확인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생각에 무섭고 화가난다”고 했다.

이 사건은 A·C씨 측이 지난 14일 전주덕진경찰서에 B씨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고소장 내용 등을 토대로 사건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면서 “출동 경찰관의 현장 출동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조치할 예정이다”고 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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